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영향으로 물가 급등세가 지속되자 정부가 밀가루, 돼지고기, 식용유 같은 수입식품 원료에 붙는 관세를 연말까지 0%로 낮추기로 했다. 또 김치 등 봉지포장 식품에 붙는 부가세가 면제된다.

정부는 30일 물가급등을 진정시키기 위해 물가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돼지고기나 식용유 같은 수입 식품 원료 7종류에 붙는 관세를 연말까지 0%로 낮추기로 했다.

정부는 수입 돼지고기의 경우 1,000달러 어치를 수입한다면 30만 원 정도, 최대 20%의 가격 인하 효과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커피 원두 같은 기호식품을 수입할 때 붙는 부가가치세도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한다.  

이와함께 개별 포장된 김치나 고추장 같은 가공식료품 부가가치세도 내년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부가세를 줄여주면 기업들이 판매 가격을 더 낮출 수 있게 돼 소비자 가격인하로 이어지게 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밀가루 및 사료매입비 지원 등을 통해 생산비용이 절감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비와 교통비 같은 생계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선, 현재 시행 중인 승용차 개별소비세 30% 감면 조치를 올해 말까지로 연장한다. 

또 학자금 대출 금리는 올해 1학기 수준인 1.7%로 동결하기로 했다. 1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보유세 완화 방안도 내놨다. 

보유세를 부과할 때 2021년 공시가격을 적용하고, 특히 종합부동산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추가로 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 한도를 80%까지 높이고,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최장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도 출시한다.

또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 시키기 위해 20조 원 규모의 재원도 마련하기로 했다.

◆ 돼지고기 90%가 무관세, 실효성엔 의문? = 이날 발표된 대책이 정부 발표만큼 실효성을 나타낼 지는 의문도 제기된다.  

정부는 돼지고기의 경우 최대 25%인 수입 돼지고기 관세율을 연말까지 0%로 내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최대 20% 원가 인하 효과가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수입 돼지고기의 90% 이상은 미국과 유럽연합, 칠레산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는 모두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율이 이미 0%인 지역이다. 

관세를 무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브라질산은 합쳐도 채 10%가 되지 않고 캐나다도 FTA로 관세는 8%대로 낮다. 관세를 일시적으로 없애도 돼지고기 값 인하로 이어지기는 아주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물가상승률을 0.1%포인트 가량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동시에 62조원의 역대 최대 추가경정예산으로 물가가 0.1%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