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기립표결로 통과되고 있다. / 사진 = 공동취재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이 오늘(27일) 새벽 더불어민주당의 사실상 단독 처리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개회 8분 만에 통과됐다. 국민의힘이 “날치기” “원천 무효”라고 극렬히 반발하면서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법사위는 오늘 새벽 0시 11분쯤 전체 회의를 속개해 검찰 수사·기소 분리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잇달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차수 변경도 하지 않는 등 절차가 잘못됐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단독으로 기립 표결로 통과를 선언했다.

법사위원 18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 위원은 10명으로 과반에 해당하며 국민의힘 소속 위원은 6명, 비교섭단체는 소속 위원은 2명이다. 민주당 소속 위원 10명과 민주당을 탈당한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법안 통과에 찬성했다. 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단독 처리에 강하게 항의하면서 표결에는 응하지 않았다. 법안은 전체 회의가 열린 지 8분 만에 통과했다.

상임위 최종 관문을 넘은 검수완박법은 이제 본회의 표결만 앞두게 됐다. 민주당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협조를 얻어 이르면 이날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 밤 법사위 전체회의 의결을 앞두고 법안 심사 지연 및 일부 조문 수정을 목적으로 안건조정위원회를 신청했다. 조정위 구성으로 법안 심사가 중단된 사이 양당 원내대표가 회의장을 찾아 신경전을 벌이며 안건조정위는 전체회의 정회 후 1시간50분 만에 개의했다.

일각에서는 조정위 개의가 늦어지자 일부 법안 조문을 놓고 여야가 막판 조율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취재진에게 “민주당이 소위에서 통과시킨 법안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 범위를 넘었다”며 검찰의 별건수사 금지와 관련된 ‘동일성 조항’은 아예 들어내기로 양당이 합의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안건조정위 개의 8분 만에 앞서 소위에서 의결된 민주당 안을 사실상 단독 처리해 법안을 전체회의로 넘겼다. 전체 회의에 앞서 국민의힘 요구로 어젯밤(26일)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도 열렸는데 6명의 안건조정위원 중 민형배 의원이 무소속 몫으로 참여하면서 4대 2, 사실상 민주당 주도로 안건조정위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한때 법사위 회의장 안팎에서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안 통과 뒤 민주당이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안건조정위부터 무력화를 시도했다며 "일방적 날치기 통과"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안건조정위 직전 여야 합의 하에 새로운 수정안이 마련됐는데도 민주당은 당초 자당안 통과를 강행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전체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안건조정위 전에 소소위 비슷한 것을 열어서 의장 중재안에 따라 고친 내용이 있다”며 “그런데도 새 합의안을 반영하지 않아 법 통과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게 된 개정안은 검찰의 6대 범죄수사권 중 대형참사·방위사업·공직자 범죄수사권을 '법안 공포 4개월 후'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경찰로 떼어내기로 한 4개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 선거범죄 수사권은 올해 6·1 지방선거 관련범죄의 공소시효(6개월)가 만료되는 올해 12월31일까지만 유지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또한 국민의힘이 의장 중재안 합의로 '지켜냈다'고 판단했던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대폭 제한했다. 경찰에서 송치된 사건과 고소인의 이의신청 사건에 한해 '사건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가능하도록 규정해 별건수사를 원천 차단했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 대부분 형사 사건 수사과정에서 여죄를 인지하고도 수사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는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울러 민주당이 검찰청법 개정안으로 신설한 24조 4항의 경우 "검찰총장은 부패범죄·경제범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의 직제 및 근무하고 있는 소속 검사와 공무원, 파견 내역 등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자제시켜온 근거인 수사 밀행성과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일각의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이 내용 역시 박 의장 중재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민주당에 합의 파기 책임을 묻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법안 처리 강행에 나선다는 방침이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등을 통해 결사저지에 나선다고 맞서고 있어 정국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키’를 쥔 박병석 국회의장이 어떠한 ‘결단’을 내릴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