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 / 사진 = 노동신문 캡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가 소집된다. 북한은 어제(24일) 뉴욕과 워싱턴 DC 등을 사정권으로 하는 ‘괴물급’ 신형 ICBM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이에 유엔 안보리는 25일(현지시간) 오후 3시 뉴욕 유엔본부 안보리 회의실에서 북한 및 비확산 문제를 다루기 위한 공개회의를 연다고 24일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안보리가 공개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인 알바니아,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 6개국은 북한이 ICBM을 발사한 당일인 24일(현지시각) “북한의 ICBM 발사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면서 안보리 긴급 공개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아직 중국과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 중 회의 개최에 대한 반대를 표명한 국가가 없기 때문에 25일 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국시간으로 24일 오후 2시 34분께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ICBM 1발을 동해상으로 고각 발사해 2018년 4월 자발적으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한 모라토리엄(유예) 선언을 4년 만에 깨뜨렸다.

이번 안보리 회의에선 기존 북한의 ICBM 발사 관련 제재 발동 여부가 논의될 전망이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12월 북한이 ‘화성-15형’을 발사하자, 향후 추가 ICBM 발사에 대해 대북 유류 공급 제재를 자동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2397호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향후 ICBM 발사시 현재 대북 유류 공급 상한선인 원유 400만 배럴과 정유제품 50만 배럴을 자동으로 감축하게 돼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새 결의안을 다시 승인해야 트리거 조항이 발동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안보리에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전략적 도발인 ICBM을 발사한 만큼 회의 소집을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북한이 2016∼2017년 핵실험을 하거나 ICBM을 발사한 당시에도 제재 수위에 이견을 보이기는 했지만, 제재 자체엔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두고 유엔 안보리 내에서 극심한 분열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두고 안보리 차원의 논의나 성명 채택을 원천 봉쇄해왔기 때문에 이번 ICBM 발사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 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안보리 결의 채택을 위해서는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하고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앞선 24일 유엔은 긴급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인권 위기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찬성 140개국, 반대 5개국의 압도적 표차로 가결시켰는데, 이날도 북한은 러시아의 편을 들어 반대표를 던졌다. 북한은 지난 2일 러시아 철군을 요구하는 유엔 긴급특별총회의 결의안 채택 때도 ‘미국의 적대 행위’를 탓하며 러시아 편에 섰다.

이런 가운데 한미일 유엔대사가 이날 한자리에 모여 북한의 ICBM 발사 문제를 논의했다고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가 밝혔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 이시카네 기미히로 주유엔 일본대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북한의 올해 13번째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라 유엔에서 한국과 일본 대사를 만났다"며 "미국과 알바니아 등 6개국은 (북한의) 계속되는 불안정 행위를 다루기 위한 긴급 안보리 공개회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