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월드컵최종예선 A조 9차전 이란전에서 선제 득점을 한 이후 세리머니 하고 있다 / 사진 = 대한축구협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1년 만에 난적 이란을 꺾고 월드컵 최종예선 A조 1위로 올라섰다.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한 한국은 남은 10차전에서 승리하면 조 1위로 본선을 향한다.

매번 이란에 고전했던 한국은 승리가 절실했다. 경기 시작 전 손흥민 역시 간절히 승리를 바랐다. 그는 이란전을 앞두고 "지난 원정 경기에서 승점 1점을 챙겼지만 좋은 경기를 했다. 선수들도 자신감을 가졌고 팬들에게도 승리를 선물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어제(2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에서 손흥민과 김영권의 골로 2-0 승리를 거머쥐었다. 오랜만에 경기장을 찾아준 6만여 관중에게 큰 선물을 안긴 벤투호였다.

벤투 감독은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꼈고, 포백에는 김민재, 김영권, 김태환, 김진수가 섰다. 중원은 정우영, 권창훈, 이재성, 전방은 손흥민, 황희찬, 황의조가 맡았다. 이란은 간판 스트라이커 아즈문을 공격 선봉장에 세웠다.

출발은 아슬아슬했다. 한국은 2분 만에 수비 진영에서 볼을 연결하다 이란에 볼을 빼앗긴 후 박스 안에서 슈팅을 내줬지만 다행히 실점을 피해갈 수 있었다. 이후 한국은 점차 볼 점유율을 높여갔다. 전반 9분 좋은 찬스를 맞았다. 황의조가 측면으로 내주자 크로스가 올라왔고 이를 다시 황의조가 머리로 돌려 놓았지만 골대를 살짝 빗나가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후부터는 한국의 공세가 시작됐지만 이란의 수비에 막혀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반 추가시간 한국의 ‘에이스’ 손흥민의 발끝에서 선제골이 나왔다. 중원에서 상대 볼을 빼앗은 손흥민은 아크 정면까지 나간 뒤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포로 골망을 흔들었다. 골키퍼가 손을 써 막아보려 했지만 손흥민의 무회전 슈팅은 골키퍼 손을 미끄러져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골대 뒤편으로 크게 돌며 팬들과 마주한 손흥민은 크게 뛰어오른 뒤 주먹을 내지르며 포효했다. 6만 4천 석이 가득 찬 경기장은 관중들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후반전도 계속해서 한국의 공세가 지속됐다. ‘황소’ 황희찬이 저돌적인 돌파로 내준 패스가 손흥민에게 연결됐고 손흥민의 날린 슈팅이 골키퍼에게 막혔다. 이어진 슈팅도 무산되었지만 이란의 간담을 써늘케 하기 충분했다. 3분에는 왼쪽의 김진수가 크로스한 것을 박스 안에 있던 권창훈이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후반 22분 추가골이 터졌다. 왼쪽에서 이재성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다시 이재성에게 내줬고 이어진 크로스를 공격에 가담한 김영권이 득점에 성공했다. 김영권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선제골 당시 세레머니를 펼치며 관중들을 열광케 했다.

이후 공방을 계속하던 양 팀의 경기는 결국 2-0 한국의 완승으로 끝났다. 한국은 승점 23점째를 따내며 22점에 그친 이란을 끌어내리고 A조 1위에 올라섰다.

무실점의 원동력은 든든한 후방이었다. 수비진 중심에는 김민재(25, 페네르바체 SK)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좋은 중동 선수들을 몸싸움으로 압도했다. 호시탐탐 역습을 노렸던 이란 공격수들은 김민재를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투지가 돋보였다. 김민재는 상대의 공간 패스를 온몸을 던져 막아냈다. 괴물 같은 피지컬에 몸을 날리는 허슬 플레이까지 더한 김민재에 이란 공격진은 쩔쩔맬 수밖에 없었다. 상대 에이스 사르다르 아즈문(27, 바이어 04 레버쿠젠)도 86분 동안 침묵한 채 경기장을 떠났다.

좀처럼 감정표현을 하지 않던 벤투 감독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득점 후에는 어퍼컷 세리머니로 기쁨을 한껏 표현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조직력과 정신적인 부분이 중요했다. 훈련과 경기중에도 모두 보여줬다"라며 "팬들도 함께 승리를 만끽할 수 있어 기쁘다"라며 경기를 회상했다.

벤투호 주장 손흥민(29·토트넘 홋스퍼)이 승리에 앞장선 가운데 열렬한 응원과 성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아울러 과거 박지성(40)처럼 주장으로서 동료들을 한데로 모아 잘 이끌겠다고 전했다.

경기가 끝난 후 손흥민은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많은 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더 큰 점수 차로 이기지 못해 아쉬움도 남는다"며 "안 힘들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다. 그래도 많은 팬분들 앞에서 경기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경기를 잘못했어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동료들이 많이 도와줘서 골을 넣고 이길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득점 장면에 대해선 "슈팅이 너무 잘 맞았다. 상대 골키퍼에게 막힐 줄 알았는데 운이 좋게 들어갔다. 전반 끝나기 전에 골을 넣어서 후반전을 잘 준비할 수 있었고, 승리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