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이 21일 우리나라의 경제주체인 기업인, 경제6단체장과 오찬 간담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윤 당선인 측에서 가장 먼저 연락한 단체가 전국경제인연합회로 알려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대신해 문재인 정권에서 경제단체로 나선 중견기업인연합회가 당선인 오찬간담회에서 누락되자 중견연이 강하게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누구에게 먼저 연락을 했는 지를 놓고 신경전과 경제단체간에 주도권을 놓고 묘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윤 당선인 측은 기업인을 먼저 만나기로 한 것이 친기업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며 노동계와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단체들은 오찬 회동이 문재인 정부 들어 '패싱' 당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심으로 추진된 데 대해 일각에서 불만이 터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회동 참석 범위는 중견기업연합회를 제외한 경제5단체로 한정됐었으나 현 정부 들어 배제됐던 전경련 몫을 누려온 중견기업연합회가 항의를 표하면서 6단체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윤 당선인은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단체장들과 도시락 오찬 회동했다.

회동이 이뤄지는 과정을 두고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일부 단체가 불만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는 이날 회동과 관련 윤 당선인 측으로부터 가장 먼저 연락을 받은 전경련이 다른 경제단체에 참가 의사를 타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따로 연락을 받지 못한 일부 단체가 섭섭함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또 국정농단 사태로 현 정부에서 제외됐던 전경련이 연락을 주도한 것에 대해 언론에 직접 연락해 불만을 제기한 경제단체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전경련 권태신 부회장에게 직접 연락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도 나왔다.

이와 관련, 윤석열 당선인 대변인실은 기자단 알림에서 "장제원 실장은 권태신 부회장과 협의해 윤 당선인과 재계 대표와의 만남을 주선한 적이 없음을 밝혀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제단체들이 회동 성사를 위한 연락 과정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대통령 당선인이 가장 먼저 연락하는 경제단체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대통령들은 각 경제단체를 차례로 방문하거나 통합간담회 방식으로 모임을 가져왔는데 가장 먼저 만나는 경제단체나 기업에 힘이 실리는 것이 반복돼왔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경제 5단체와 한 번에 간담회를 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각각 전경련과 중기중앙회를 먼저 찾았다.

경제계 일각에선 어렵게 마련된 윤 당선인과 경제단체 회동이 자칫 내부 분열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모처럼 좋은 자리에서 합심해 좋은 정책 제안을 해야 하는 마당에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모습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전경련을 그냥 연락 창구로 삼은 것일 뿐 애써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편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전날 오찬에 앞서 경제 6단체장과의 만남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전경련에 먼저 접촉하면서 다른 경제단체가 항의한 것과 관련해 김 대변인은 "실무자들이 연락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인데 우리가 경제를 살리는 데 경제단체의 대소(大小)나 경중(輕重)을 따로 가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산업계 뿌리라 불릴 수 있는 경제 6단체장을 모시고 협력을 당부하고 그분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워낙 그동안 기업이 규제와 '갈라치기' 분위기 속에서 마음껏 직원들을 위해, 또 나라를 위해 뛸 수 있는 기회가 제약됐는데 이제는 기업이 마음껏 일할 수 있게 하는 '기 살리기' 행보로 노동자의 권리와 나라 일자리 창출이 선순환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갈라치기'라는 표현에 대해 "국민을 부자와 빈자, 혹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예전에는 의사와 간호사까지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구분하면서 이념과 진영에 따라 갈라치기 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그런 것 때문에 모든 국민이 노동자와 기업을 불문하고 힘들어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노동계와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노동계와의 회동 계획도 있느지에 대해 "그렇다. '기업 먼저, 노동자 먼저' 이런 부분을 우리가 하고 있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은 기업과 노동자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생태계는 같이 만들어 가는 것으로, 기업 기 살리기는 노동자 기 살리기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앞으로 당선인의 노동 관련 행보는 이어질 것"이라며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윤 당선인이 후보로서 공약했을 때 정당 내에서는 사실 쉽지 않은 결단이었으나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서 노동이사제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경제계는 윤 당선인이 경제 도약을 위해 경제계와 노동계, 소상공인 등을 두루 챙기기 위해 각 주체들을 만나는 단계인데 주도권 다툼이나 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경제6단체장과 도시락 오찬은 윤 당선인의 좌우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손경식 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착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