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신용평가사들이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투기등급으로 강등하면서 러시아가 국채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가부도 가능성이 커지면서 루블화는 또 사상 최저를 경신하고 있다.

3일(현지 시각) 러시아 국영 타스 언론에 따르면 루블화 대비 달러와 유로화의 가치는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현지 시각으로 낮 12시 직전에 달러는 거의 12% 올랐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대규모 제재를 받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부도 위험에 가까운 쪽으로 대폭 추가 강등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P는 3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 확대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커졌다며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CCC-로 무려 8단계나 하향 조정했다.

BB+는 투자가 부적격하다는 평가이며 그보다 낮은 CCC-는 투자하면 원금과 이자 상환 가능성이 의심스럽다는 평가로 국가부도를 뜻하는 등급인 D보다 겨우 두 단계 위다.

S&P는 “이번 강등 조치는 본사가 보기에 디폴트의 위험을 실질적으로 높일 가능성이 있는 조처들이 시행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혹한 경제 제재에서 루블화 가치를 보호할 목적으로 러시아 당국이 도입한 자본통제 등이 그런 조처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이는 앞으로 신용등급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S&P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강등한 바 있다.

앞서 무디스, 피치도 디폴트가 우려된다며 이날 러시아의 국채신용 등급을 투기등급(정크)으로 6계단씩 낮췄다. 피치는 종전 ‘BBB’에서 ‘B’로 낮추면서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렸고, 무디스도 ‘Baa3’에서 ‘B3’로 하향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외국 주권침해,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러시아에 광범위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 대형은행들을 국제결제망에서 퇴출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이다. 또 항공로를 끊고 핵심 기술이나 부품 수출도 규제하기 시작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이날 보고서에서 제재 충격 때문에 러시아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35%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또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은 –7%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