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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대폭발로 초토화된 광주를 보며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 재점화 시킨 영화 '도가니'
2011년 10월 06일 (목) 14:26:15 [조회수 : 745] 김 훈 choicops@news-plus.co.kr

'도가니' 대폭발로 초토화된 광주를 보며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 재점화 시킨 영화 '도가니'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00년부터 2004년 12월까지 5년 동안 광주시 광산구 삼거동에 위치하고 있는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인화학교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은 온 국민을 분노에 떨게 만들었다. 이 사건은 당시 설립자의 아들인 교장과 행정실장, 교사 등 10명이 기숙사와 교장실에서 12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성폭행한 사실이 2005년 6월 22일 장애인 성폭력 상담소의 한 직원이 제보한 것을 계기로 세상에 알려졌다.

사건의 실체가 세상밖으로 드러나자마자 11개 시민단체가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를 꾸려 2006년 5월 16일까지 무려 242일 동안의 천막농성을 통해 가해자 처벌, 우석법인 임원 해임, 학교인가 취소, 공립특수학교 설립 촉구 투쟁을 벌이면서 전국적 이슈가 되었다.

이러한 대책위의 강경투쟁으로 촉발된 뜨거운 국민적 관심속에 검찰수사가 이루어졌고, 이어진 1심 재판에서 김아무개 교장이 징역5년, 피해자 측에 대한 집요한 회유로 고소가 취하된 상태에서 2008년 12월 2심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정지 3년을 선고받는 등 가해자 10명 가운데 4명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재판결과에 대해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는 친고죄를 악용한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항의가 빗발쳤다. 사건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학교측이 학교이름을 서영학교로 바꾸는 등 변신을 꾀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피해학생에 대한 치료와 배상, 사죄와 재발방지 대책강구 등 실질적인 조치를 통한 환골탈태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5명의 가해교사가 버젓이 복직하는가 하면 2010년 7월 9일에는 교사들의 관리소홀로 학교안에서 학생간에 성폭행 사건까지 발생하기도 하였다.

성폭행 사건 이후에도 이처럼 크고작은 문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화학교가 또다시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인기작가로 대중적 인기와 지명도가 높은 여류 소설가 공지영씨가 2009년 인화학교 사건을 '도가니'라는 제목의 소설로 세상에 내놓으면서다.

공씨는 가해자들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는 순간 방청하던 피해 청각장애인 학생들이 울부짖었다는 신문기사에 경악한 나머지 소설을 써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이 일었다고 한다. 공씨가 피해학생들을 직접 면담 후 적나라하고 생생하게 묘사한 실화소설 '도가니' 성폭행 장면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치를 떨게 만들었다.

그러나 공씨가 쓴 소설 '도가니'는 베스트 셀러였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독자의 개인적 분노에 그쳤을 뿐 사회적 이슈로 승화시키지는 못했다. 그러던 '도가니'가 영화로 만들어져 9월 22일 전국 659개 영화관에서 개봉되자마자 흥행순위 1위를 달리던 '최종병기 활'을 단숨에 밀어내고 주말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르면서 불과 닷새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 반응을 불러 일으키면서 법적으로 마무리된 인화학교 사건이 국민의 여론 심판대 위로 불려 나온 것이다.


국민적 분노로 뒤덮힌 천하강산

'도가니'가 이처럼 천하강산을 분노로 들끓게 만든 것은 항거할 수 없는 약자인 장애인, 그것도 가르치는 학생이요 제자에 가해진 성폭행 장면을 특히 잔인할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한데 따른 시각적 효과가 분노를 더욱 배가시켰기 때문이다. 이어 이렇게 형성된 분노의 감정을 인터넷 포털, 트위터, 페이스북 등 실시간 정보 대량유통, 공유공간인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쏟아내면서 순식간에 전국은 분노의 도가니로 화하였다.

이러한 국민적 관심에 독자와 시청자의 알 권리 충족을 내세운 신문과 방송이 연일 지면을 도배하고 감초뉴스로 올리면서 측근비리, 서울시장 선거 이슈를 잠재워 버리는 등 그야말로 전국은 도가니 아우성으로 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국민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하면서 일사 부재리, 공소시효 문제로 재수사가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끓어 오르는 분노를 이기지 못해 연일 재조사와 재수사를 촉구하고 한편으로는 양심시효는 끝나지 않았다며 가해교사와 학교재단을 국민적 여론심판으로 처단해야 한다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관련기관에 대한 질타도 봇물을 이루는 상황이다. 최악의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한지 7년이 지났는데도 여지껏 제도와 법을 고치지 않고 수수방관한 교육부, 보건복지부, 부실수사 솜방망이 처벌로 약자 인권보호를 소홀히 한 검찰과 사법부, 관할 감독관청인 광주시 교육청과 행정관서인 광산구청에 대한 항의, 책임자 처벌 요구가 융단폭격처럼 쏟아지고 있다.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자 경찰청은 성폭행 추가의혹을 파헤쳐서라도 법적 처벌을 받게 하겠다며 본청 지능범죄 수사대 5명과 광주 경찰청 성폭력 전문수사관 10명 등 15명으로 특별 수사팀을 꾸려 현지에 급파하고 광주교육청은 즉각 인화학교 폐교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위한 난리법석이 장난이 아니다.

여야 정치권 또한 관련법 정비에 발빠르게 나섰는가 하면 법원도 가해자들에 대한 재판결과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면서도 9월 28일 영화를 관람한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이 "충격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힌 만큼 경찰에 의해 추가 범죄가 밝혀져 법정에 올려질 경우 가차없이 엄정 처벌하여 솜방망이 판결이라는 국민적 비판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해자, 지역사회 입이 백개라도 할 말 없어

이와 같은 폭발적인 국민적 공분의 도가니를 바라보는 광주시민의 마음이 편할리 없는 건 당연하다. 조선일보가 9월 29일자 <횡설수설>난을 통해 공지영씨가 트위터에 '사회복지 사업법' 개정을 촉구하는 등 이명박 정부를 비판한 것을 문제삼아 "1심이나 2심이나 사법부는 이용훈 사법부로 동일하다. 재판받은 사건이 일어난 것도 인권을 외치던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에 걸친 2000~2004년이다"고 까지 공개 거론할 정도이니 그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사건이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7년 동안 대책위는 장기간 천막농성, 관련자 솜방망이 재판과정에 이어 공지영씨 소설로 잠깐 주목받은 것으로 끝나는가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도가니' 영화를 계기로 국민적 분노의 대폭격을 받게 되다보니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자칫 이러다가는 정상적인 광주시민, 나아가 전체 호남인이 도맷금으로 파렴치한 성폭행범으로 낙인 찍히고 광주는 성폭행의 메카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에 좌불안석, 전전긍긍, 쥐구멍을 못찾을 정도가 아닐까 한다.

이러한 우려는 일부 보수 언론 관련기사 댓글난, 토론마당은 물론이고 인터넷 포털,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 호남인들을 도맷금으로 묶어 온갖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을 곁들인 성폭행 세글자로 주홍글씨 새기기 열풍이 난리법석 이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서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하겠는가. 입이 백개라도 할말이 없을 만큼 국민적 대충격을 준 사건이 일어난게 엄연한 현실이니 매를 맞을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서울에서 어린 나영이를 성폭행하고 짐승만도 못한 몹쓸짓을 가한 조두순과 여중생을 성폭행한 후 잔인하게 죽인 부산의 김길태 사건, 무려 41명의 고교생이 14세의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밀양사건에 비하면 사람을 죽이거나 짐승처럼 몹쓸 짓을 한 것은 아니지 않는냐 하는 항변도 하고싶은 마음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상인과 다른 저항능력 없는 장애인으로 보호해야 할 약자이면서 더욱이 가르치는 제자를 스승으로서의 교원윤리를 내팽개치고 집단적으로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삼았다는건 성폭행 살인 죄질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또 지역사회가 무려 5년 동안에 걸쳐 그러한 인권 유린 범죄가 일상적으로 다수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었는데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도덕적으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점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가해자와 학교 법인은 물론이고 광주시, 호남지역 사회는 이번 '인화학교 사건'에 대해 공통의 책임의식을 느끼고 국민앞에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게 옳다고 본다.


도맷금으로 주홍글씨 새기기 자제하고 재발방지 지혜 모아야

아울러 연일 난타를 가하고 있는 언론과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는 국민들도 책임자 처벌, 사죄,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것 이상으로 호남전체를 도맷금으로 묶어 성폭행 메카, 성폭행범으로 낙인 찍는 주홍글씨 새기기를 자제하고 관련보도 또한 국민적 공분을 부채질하는 자극적, 선정적인 편집을 지양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동안 호남은 나제동맹 결렬이후부터 1400여년에 걸친 소외와 차별속에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선입견의 피해자로 살아왔다. 김대중 정권 집권으로 호남에 대한 인식이 어느정도 바뀌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인터넷상에는 전라디언, 난닝구, 슨상님 이라는 비하적 표현으로 호남인을 폄훼하는 이지메가 일상적으로 가해지고 있다.

또 예를 들어 돈 만원을 훔쳤을 경우 전라도 사람이 훔쳤을 경우 "전라도는 죄다 도둑놈들인데 훔치는게 당연하지" 하는 식으로 매도하면서도 충청도 사람이 훔쳤다면 "충청도 양반이 실수했구만, 도둑질은 무슨..." 하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경상도 사람이 훔쳤다면 "만원이 돈이가. 그걸 훔쳤다고 하다니 정신이 어떻게 된게 아니야" 만약 강원도 사람이 훔쳤다면 "토끼하고 발맞추며 사는 순진한 감자바우가 도둑질이 뭔지나 알고 그랬겠어" 하는 식의 호남 부정적, 차별적 뻥튀기가 당연시되는 반면 비호남 긍정, 용인식의 상반되는 인식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소설이나 영화로 만들어 지지 않는 조두순, 김길태,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과 달리 베스트 셀러에 영화까지 공전의 대히트를 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부정 일변도 문화적 충격이 언론과 실시간 소통공간을 통해 반복으로 되풀이되면서 전국적, 국민적 이슈로 지속성을 가질 경우 광주는 물론 전체 호남에 대한 주홍글씨형 부정적 고정관념이 덧씌워질 개연성이 높고 이는 국민화합을 위해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따라서 언론과 방송은 이런 파장을 고려하여 보도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고, 국민들 또한 분노의 심정에 충분히 이해와 공감이 가지만 사건 실체에 대한 투명한 재조사, 대책마련 촉구 이상의 특정지역 도맷금식 낙인찍기 감정표출은 자제 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경찰 등 사법당국 또한 추가적인 범죄행위가 있다면 밝혀내 처벌해야 겠지만 여론을 의식한 성과위주식 수사보다는 철저하지만 조용하게 수사를 진행하여 주길 요청한다.

도가니 영화를 계기로 다시는 인화학교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진 만큼 이제는 국민, 시민단체, 언론, 정치권, 교육당국, 정부가 엄청난 충격속에 빠져 있는 피해 학생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한편 재발방지를 위해 지혜를 모으고 행동을 통해 법적,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에 나서는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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