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우크라이나를 오가는 항공 노선이 속속 중단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 영공비행에 대한 안전보장기금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13일(현지시간)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를 오가는 항공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5억9200만달러(약 7100억원) 규모의 안전보장기금을 할당했다"며 "이 기금은 항공사들의 보험료 등을 지원하는데 쓰일 예정이며 항공시장 상황을 안정시키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귀국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전날 우크라이나 저가 항공사 스카이업 소속 여객기 한 대가 175명을 태우고 포르투갈령 마데이라섬에서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가던 중 항로를 변경해 몰도바 수도 키시나우에 착륙하면서 촉발됐다.

스카이업 측은 "항공기를 임대한 아일랜드 업체가 갑자기 우크라이나 영공 진입을 불허했다"고 해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해당 비행기의 승객들은 육로를 이용해 수송할 예정이다.

앞서 네덜란드 KLM 항공사의 경우에는 12일부터 서방 항공사들 중 처음으로 우크라이나행 노선 중단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네덜란드 외교부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해 ‘긴급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이어 독일 국적항공사 루프트한자도 우크라이나행 노선의 운항 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앞서 2014년 7월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러시아산 미사일에 격추돼 승객과 승무원 298명이 전원 사망했다. 이 가운데 네덜란드인이 198명을 차지하는 등 피해가 컸던 점이 네덜란드가 가장 먼저 노선 중단계획을 밝힌 배경으로 보인다.

한편 해당 사건을 친러시아계 우크라 반군의 소행인 것으로 당시 국제조사단은 분석했지만, 러시아는 관련성을 부인했다. 항공 업계에서는 비슷한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로이터에 "일부 항공사가 비행계획을 변경하더라도 이는 정부의 결정이나 정책과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인프라부도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 영공은 계속 개방될 것"이라며 "정부는 항공사의 안전 우려를 불식하고자 대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항공사 중에는 전쟁 위험이 고조되는 우크라이나 영공을 통과하는 항공편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오늘(14일) 기준 현재 운항 중인 노선 중에서는 우크라이나 영공을 통과하는 항공편은 없다고 밝혔다.

유럽에 속해 있는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치상 국내 항공사의 유럽행 항공편이 우크라이나 영공을 지날 수 있지만 현재 정세 불안에 따라 우회하고 있어 직접적으로 통과하는 항공편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