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판매한 이탈리아헬스케어 사모펀드와 영국 UK펀드 피해자들이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의 회장 선임에 반대한다고 10일 밝혔다.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연대(대표 양수광, 이하 “피해자연대”)와 영국UK 펀드 피해자연대와 전국사모펀드 사기피해공대위(상임위원장 최창석, 이하 “공대위”)는 이날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금융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함영주 부회장의 회장 선임 반대를 천명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함영주 부회장을 차기회장 단독후보로 추천했다.

하나금융그룹은 다음 달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회장추천위원회는 지난 8일 함 부회장을 단독 추천했다. 회추위는 단독 추천 이유에 대해 "급변하는 미래를 선도적으로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꼽았다.

공대위와 피해자연대 피해자들은 “사모펀드 금융위기의 주범인 함영주 부회장은 회장으로 취임하면 절대로 안 될 위험한 결정이며, 금융그룹의 수장으로서 부적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연대 양수광 대표는 “금융그룹의 회장자리는 격변하는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자리인데, 이미 하나은행장 시절 수천억의 사모펀드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가 차지해서는 안된다”라며 “향후 또 다른 금융사고와 대규모 금융피해를 양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함영주의 리더쉽으로는 국민과 고객에게 위기만 초래할 것이다. 빵점짜리 사태 수습역량의 인물을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선임하면 위험의 돌려막기가 될 뿐"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양 대표는 ”함영주라는 금융사기사건의 ‘주범’을 하나금융그룹의 ‘주역’으로 추대하는 것은 아직도 펀드 피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들과 사기펀드의 진실을 파헤치며 싸우는 피해자들을 비웃고 조롱하는 것"이라면서 회장선임을 취소하든가 한국투자증권 방식으로 100% 보상을 촉구했다.

하나은행은 라임, 디스커버리, 이탈리아헬스케어, 영국UK펀드 등 환매 중단된 약 5,501억원 이상 판매하였으며, 특히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와 영국UK 펀드는 52%, 2,891억원으로 피해자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안겼다.

함영주 부회장은 2015년 9월부터 하나은행장 지위에 있던 시절 대규모로 사모펀드를 판매했다. 비이자 수익 상품인 사모펀드 실적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며 ‘전 직원의 PB화’를 추진하였고 그 결과 다수의 사모펀드가 판매된 것이다. 투자위험이 큰 상품들이 제재 없이 우후죽순으로 팔려나갔고, DLF를 시작으로 라임, 독일 헤리티지, 이탈리아헬스케어, 디스커버리 및 각종 영국기반 UK펀드 등 다수의 사모펀드가 연쇄적으로 환매중단 또는 원금손실을 선언하면서 고객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사모펀드 피해자들은 "여러 차례 대화를 요구했지만 함영주 부회장은 사과는 커녕 면담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을 잡상인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상품을 팔 때는 고객님 고객님 하면서 꼬드겨 팔아먹고 피해를 입히고 나서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하나은행에서 문제의 사모펀드 상품을 기획했던 하나은행 직원이 퇴직하고 해외로 도피성 출국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나은행은 조세피난처에 투자했다는 사실도 언급됐다. 조세피난처는 범죄도피처로 이용되고 있는 지역으로 국내 재벌들이 돈세탁과 비자금 은닉 등에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공대위는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와 영국UK 펀드의 설계 판매 배경에 투자상품부 신용덕이라는 자가 있고, 조세피난처에 투자하면서 김현호와 지희석이라는 의문의 인물이 있다"고 밝혔다.

공대위와 피해자들은 "허위상품과 사기상품을 설정 판매 운용하던 전 과정에서 이들의 역할은 철저하게 가려져 있다. 하나은행은 이들에 대해 일체의 사실을 함구하고 있다"며 "이들과 함영주, 지성규 행장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커넥션 의혹을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환매 중단액 5,501억 중 신용덕이 개입된 펀드의 환매 중단 금액은 3,837억으로 파악됐다고 공대위는 전했다.

이들은 "금감원에 의해 고발된 신용덕을 싱가폴에서 당장 잡아와야 사건의 실체가 규명될 것이다. 정부와 사법당국은 신용덕과 그와 연관된 인물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서 엄벌에 처해야 마땅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아예 손을 놓고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보도에 따르면 정은보 금감원장은 함영주 부회장이 하나금융 회장에 내정된 것과 관련해 "하나금융 회장추천위원회가 그런 점을 모두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며, 말을 아꼈으나 함영주 부회장의 회장추천에 금감원과 정은보 금감원장의 역할이 있었음을 애써 감추었다고 본다. 금감원은 지난 하나은행 제재심에서 함영주 부회장을 제재대상에서 제외하는 봐주기 제재를 개최하여 금융그룹회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꽃길을 열어 주었다. 공대위와 피해자연대는 ”소위 금융모피아간 주고받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을 지경이며, 끝까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코로나로 풀린 유동자금으로 인해 사상최대 당기순이익을 올리자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사모펀드 피해자들에게는 유례없이 무관심과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대위 이의환 실장은 "금융그룹회장에 선임여부는 사모펀드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중요한 잣대가 되어야 한다. 함영주 부회장은 회장선임 절차 이전에 피해자들과 직접 만나 분명한 사과와 함께 한국투자증권 방식으로 사태해결을 약속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전국 사모펀드 공대위와 하나은행 각 피해자 연대는 기자회견 후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행장 및 함영주 부회장에게 직접 회장 선임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편 사모펀드 피해자들은 오는 17일(목) 하나은행 투자상품부/소비자보호부 임원과 피해자연대 소속 임원과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