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의 공법을 사전 승인 없이 무단으로 변경해 공사를 진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어제(20일) 광주 서구청 등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201동 건물 39층과 38층 사이에 위치한 PIT층(배관·설비 층)의 천장 슬라브를 일반적으로 쓰이는 콘크리트 타설 공법으로 짓기로 했다.

PIT층 천장 슬라브는 사고 당시 막바지 골조 타설 공정이 진행되던 39층 바닥 슬라브이기도 하다.

현대산업개발은 사업 계획 승인 행정기관인 서구청에 해당 슬라브를 '유로폼'(철제·합판 소재 거푸집)을 설치한 뒤 콘크리트를 들이붓는 방식으로 짓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으로 건축 도면을 제출해 안전 관리 계획 승인까지 받았다.

그러나 PIT층 천장 슬라브 일부 구간을 데크 플레이트(Deck plate·아연도금 강판 등 요철 가공한 바닥 구조 성형판)를 덧대 타설했다는 의혹을 제기됐다.

현재까지 PIT 층의 폭이 좁아 거푸집 아래에 지지대를 받쳐야 하는 기존 공법으로 공사가 어렵다고 판단되자,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무지보 공법으로 변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안전관리계획 상 변경사항이 생기면 안전사고 발생 방지를 위해 변경된 내용을 승인받아야 하지만 이를 거치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서구청은 공사에 데크 플레이트를 이용한 타설 공법에 대한 변경 승인은 없었다며 HDC현산 측으로부터 어떠한 신청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실제 해당 공법이 쓰였는지 정확한 사실 관계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현재까지 주요 사고 원인으로 데크 플레이트에서 하중이 아래로 쏠리는 등의 이상 상황이 꼽히는 가운데, 이 같은 승인 없는 공법 변경은 원청의 과실을 입증하는 중요한 정황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데크 플레이트 하중 보강이 제대로 되지 않아 붕괴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데크 플레이트는 공사 현장에서 맞춤형으로 제작되어야 하기 때문에 외부 업체와 계약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에 원청인 HDC 현산도 인지하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HDC 현산 측은 이에 대한 입장 발표를 거부하고 있다.

한편 사고 현장에서는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께 201동 39층 옥상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 등이 무너져 내려 사고 9일 째인 이날까지 5명이 실종된 상태다. 지하 1층 난간 사이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던 실종자 1명은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