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스포츠와 외교를 담당하는 장관들이 모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개인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독일이 사실상 미국 주도의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한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시간으로 2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안나레나 배어복 외교부 장관은 이날 "나는 열렬한 스포츠 팬이지만 이번 올림픽에는 분명히 가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부터 외교부 장관이 (올림픽에) 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배어복 장관은 자신의 결정이 정부의 공식 방침이 아닌 개인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이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공동으로 참여해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독일의 내무·스포츠부 대변인도 낸시 패저 내무부 장관이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패저 장관은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개인적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은 앞서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에 독일 정부 대표로 볼프강 쇼이블레 당시 내무부 장관을 파견한 바 있다.

대변인은 낸시 장관의 개인적인 결정이라고 덧붙였지만, 독일이 통상 대통령을 대신해 내무장관을 올림픽에 파견했던 점을 고려하면 독일 정부가 미국 주도의 ‘외교적 보이콧’에 보조를 맞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적 보이콧은 올림픽에 선수단은 참가시키되 정부의 공식 대표단은 파견하지 않는 것으로 현재까지 미국과 뉴질랜드·캐나다·일본 등 8개국이 공식화했다.

한편 올라프 숄츠 총리는 아직 베이징 올림픽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 독일 정부 신임 대변인은 지난 13일 첫 정례기자회견에서 숄츠 총리의 올림픽 참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 참석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독일의 외교적 보이콧 동참 여부는 새로 출범한 올라프 숄츠 내각의 ‘대중 정책 풍향계’로 평가된다. 독일 정부가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주요 장관을 파견하지 않는 방법으로 동맹인 미국의 대중 정책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미국은 내년 2월4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은 보내지만, 정부 고위 관료 등 공식 사절단은 파견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했다. 중국 정부가 인권 탄압 의혹을 받는 만큼 인류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올림픽이 베이징에서 개최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한 지 이틀 만에 첩보동맹 파이브 아이즈 국가(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들이 모두 보이콧 대열에 합류했다. 리투아니아, 코소보에 이어 올해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일본도 지난 24일 공식적으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