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소리없는 울부짖음, 사회는 외면했다"

최근 공분을 일으킨 광주 인화원 청각장애아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를 보고 밤잠을 설쳤다는 여검사의 분노의 고백이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e-pros)에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도가니의 소재가 된 인화원 사건 재판 당시(2007년) 광주지검 공판담당 검사였던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임은정 검사(37.사법연수원 31기)다.

임 검사는 글에서 영화 '도가니'를 보고나서 당시 법정에서 느꼈던 분노와 실망, 현재의 심경을 '광주 인화원...도가니...'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어제 도가니를 보고 그때 기억이 떠올라 밤잠을 설쳤다"며 "피해자들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재판 결과에 경찰, 검찰, 변호사, 법원간에 유착이 있을 것이라고 오하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지 싶다"고 말했다.

임 검사는 공판 당시 썼던 2건의 일기도 공개했다. 그는 공판 진행중이던 2007년 3월 12일 "6시간에 걸친 증인 신문때 법정은 이례적으로 고요했다. 법정을 가득 채운 채운 농아들은 수화로 이 세상을 향해 소리없이 울부짖는다"고 적었다.

2008년 7월 항소심 판결이 난 지 1년 2개월 지난 2009년 9월 20일 공지영씨의 소설 도가니를 읽고난 뒤 쓴 일기도 공개했다.

그는 "가명이라 해서 어찌 모를까. 아, 그 아이구나, 그 아이구나, 신음하며 책장을 넘겼다"고 했다. 또 "더러는 피해자에게 감정이입이 돼 눈물을 말려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임 검사는 항소심 판결에 대해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왔다는 뉴스를 들었다"며 "현실적으로 성폭력에 관대한 선고 형량을 잘 아는 나로서는 분노하는 피해자들처럼 황당해하지 않지만 치가 떨린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