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가 집권 이후 처음으로 북한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북한이 제대로 된 대화에 응하지 않자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오히려 부당한 압박이자 내정간섭으로 대북 자극 유발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반인권 행위를 이유로 북한과 중국 등에 대한 제재 결정을 내렸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국제 인권의 날을 맞이해 조선중앙검찰소를 비롯해 중국, 미얀마 등의 10개 단체와 개인 15명을 반인권 행위 관련한 경제 제재 목록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조선의 개인들은 강제 노동과 지속적인 감시, 자유와 인권의 심각한 제한에 시달린다"며 "중앙검찰소와 조선의 사법체계는 불공정한 법집행을 자행하고, 이는 악명높은 강제 수용소행으로 이어진다"고 제재 이유를 명시했다. 

또 같은 이유로 사회안전상 출신 리영길 국방상에게도 제재 결정을 내렸다. 

재무부는 지난 2016년 1월 관광차 북한을 방문했다 체제전복 혐의로 체포됐다 혼수상태로 석방, 결국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사례를 언급하며 외국인들도 불공정한 사법 체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외화 벌이 수단으로 악용되는 노동자들의 해외 불법 취업 알선 업체들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조선의 한 영화촬영소는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을 중국에 불법 취업시킨 혐의로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러시아 대학인 '유러피안 인스티튜트 주스토'의 경우 수백명의 북 대학생들에게 러시아 건설 노동자 비자를 내준 혐의로 제재 결정을 받았다. 

재무부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인권 유린과 연관된 일부 단체 및 간부, 지난 2월 대량살상을 동반한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폭정을 펴고 있는 미얀마 군부 등에도 제재 방침을 내렸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취임 이후 첫 대북 제재조치로 동의가 필요한 유엔 등 국제사회 결정과 달리 독자적 조치로 중국과 조선에 대한 내정간섭으로 비쳐질 수 있다.

북 중앙검찰소는 국가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법률에 따른 법 집행기관을 인권침해라며 부정하는 것이어서 미국의 월권행위라는 지적이다. 중국과 북측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하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 미국이 세계 민주주의와 인권의 기준으로 여기는 자의적 판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제재 방침은 여행 금지 연장이나 종교자유 특별우려국 명단 유지 등 이전 정부의 조치를 연장하는 수준이었다.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 바이든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월 이후 북한과 대화 재개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