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현직 판사 3명이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5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 성창호, 조의연 부장판사에게 의 항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수사 때 영장 사건기록을 통해 검찰의 수사 상황과 계획을 수집해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혐의를 받았다.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의 상습도박 혐의를 무마하기 위해 부장판사 출신 등 전관 변호사들이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로비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수사가 현직 판사들로 확대될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신 부장판사 등이 검찰의 영장 기록을 입수하려 했다는 것이다. 

당시 신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영장 전담 판사였다. 

1심과 2심은 이들의 조직적인 공모가 인정되지 않고, 유출한 내용도 공무상 비밀에 속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비밀을 전달받은 공무원이 이를 그 직무 집행과 무관하게 제3자에게 누설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국가 기능에 위험이 발생하리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피고인들의 행위가 비밀의 누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기소된 전·현직 법관은 총 14명으로, 이들의 재판은 7건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의혹의 핵심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은 1심이 진행 중이고, 헌정사상 첫 법관 탄핵 심판 대상이 된 임성근 전 부장판사, 영장 내용을 누설한 혐의를 받은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현 원로법관) 등 다른 전·현직 법관 대부분에게는2심까지 무죄가 선고됐다.

임성근 부장판사는 민주당에 의해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이 청구됐지만 최근 기각됐다.

임 전 차장과 공모해 재판연구관에게 특정 재판의 경과 등을 파악하는 문건을 작성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지난달 사법농단 연루자로는 처음으로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들 두 사람에 대해선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심상철·방창현 판사와 함께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