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사망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영면에 들었다.

노 전 대통령의 운구는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오전 11시부터 80분간 영결식이 진행됐다.

영결식은 88서울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지내 올림픽 유치부터 개최까지 고인과 인연이 깊은 상징적인 장소인 평화의광장에서 평범하게 세상과의 이별을 했다.

고인의 운구는 이날 오전 9시 빈소인 서울대병원에서 발인식을 갖고 노 전 대통령의 사저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으로 이동해 노제를 지낸 뒤 영결식장에 도착했다.

영결식장에는 초청된 인사로 국무총리 등 국가 주요 인사, 정당·종단 대표 등 정부 측 초청 인사, 유족 측 인사 등 50명 미만이 참석해 조촐하게 치러졌다.

장례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 장례집행위원장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부인 김옥숙 여사, 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아들 노재헌 변호사 등 유족과 친지들, 6공화국 주요 인사들로 구성된 장례위원회 유족 측 위원, 주한 외교단이 참석해 고인을 배웅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등 여권 인사들은 영결식에 불참했다. 장례위원회 고문인 박병석 국회의장도 세종시 국회의사당 부지 방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고인의 운구는 서초동 서울의숲 화장장에서 화장을 거쳐 경기도 파주시 검단사에 안치됐다. 유족 측은 파주 통일동산에 묻히기를 희망했지만 통일동산이 산림청 소유여서 장지를 확보하는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와 박 의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송 대표 등의 불참으로 김 여사 왼편 두 자리와 김 총리 뒤쪽등에는 빈자리였다.

초청받은 정당 대표 중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만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뒷줄에는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정무 제1장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노태우정부 당시 핵심 인사들이 자리했다.

국민의례와 약력 소개에 이어 김부겸 총리가 조사를 통해 88올림픽 성공적 개최, 북방외교 등 노 전 대통령의 공적을 언급하면서도 "우리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큰 과오를 저지른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다만 고인이 과거 잘못에 대한 사죄와 용서의 뜻을 밝힌 유언 등을 언급하며 "오늘의 영결식은 고인을 애도하는 자리이자 새로운 역사, 진실의 역사, 화해와 통합의 역사로 가는 성찰의 자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태우 정권에서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총리로 고인을 보필했던 노재봉 전 총리가 추도사를 했다.

노 전 총리는 고인을 '각하'라 부른 뒤 "'서울올림픽을 허락하지 않으려거든 이 국제올림픽위원회 사무실을 내 무덤으로 만들어달라'던 절규에 기어이 (올림픽이) 열리게 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평화의광장에서 각하를 마지막으로 모시겠다는 우리 심정을 헤아리소서"라고 추도사를 했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순으로 4대 종교의 의식에 이어졌고 분향·헌화 때 김 여사는 1시간 동안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추모공연으로 88서울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잡고'가 불려졌다.

영결식은 조총(弔銃) 21발 발사를 마지막으로 고인의 운구행렬은 영결식장을 떠났다.

고인의 운구는 서울의숲 화장장에서 화장을 거쳐 파주시 검단사에 임시 안치됐다. 유족 측은 파주 통일동산을 장지로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산림청이 통일동산의 소유권을 갖고 있어 장지 마련과 안장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영결식을 보기 위해 식장 근처에는 1시간 전부터 2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영결식 시작 때는 1000여명으로 불어났다.

한편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국가장 반대 피켓시위가 열렸다. '청년온라인공동행동'은 '광주학살 주범! 노태우 국가장을 반대한다', '군사쿠데타 주범! 학생운동 탄압! 공안정국 조성! 노태우 국가장을 반대한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1인 피케팅 시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