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으로 치르면서도 정부 차원의 분향소는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생전 고인의 뜻과 비판 여론, 또 코로나19 방역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장례를 최대한 검소하게 치르길 바란다"는 고인의 뜻과 "코로나19 감염 상황을 고려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정부가 국회에 직접 정부 분향소를 설치했다. .

서울광장에는 서울시가 마련한 분향소가 마련됐다.

정부는 26일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자 하루 뒤(27일) 고인의 공과 과를 모두 고려해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국가장이 진행되면 전국 공공기관과 지자체 등에서는 조기를 게양해야 하지만, 정부 차원의 분향소 설치는 의무가 아니다.

현행 국가장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재외공관의 장은 분향소를 설치, 운영할 수 있다(제 4조)며 국가장 기간 중에는 조기를 게양한다(제 6조)고 정하고 있다.

'빈소를 설치·운영하며 운구와 영결식 및 안장식을 주관한다'고 돼 있을 뿐 분향소 설치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국가장이 결정되면 조기 게양은 강제사항이고 분향소는 재량 사항이다. 

서울광장에 설치된 분향소를 놓고 방역수칙 위반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상 신고 대상이 아니라며, 분향소 설치 자체는 방역수칙 위반이 아니라고 밝혔다.

정부는 김부겸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국가장 장례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30일 오전 11시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거행되며, 유해는 경기도 파주시 검단사에 안치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가 국가장을 결정했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조기 게양을 거부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서울시는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이틀째인 28일 조기를 게양했고, 시청 앞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대구시는 국가장 첫날(27일) 분향소를 설치하고 권영진 대구시장은 조문했다. 경북도도 분향소를 설치하고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조문했다.

◆ 국가장 결정에 광주시 전남도 전북도 세종시 조기 게양 거부

반면 광주광역시청은 조기를 걸지 않았고 전남도와 전북도, 세종시도 조기 게양을 거부했다. 이들 지역은 분향소도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

광주광역시는 노 전 대통령이 신군부의 2인자로 광주학살의 책임이 있는 점을 들어 국가장 절차를 따르지 않기로 했다.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노태우 씨는 5·18 학살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진상규명과 연관해서는 발포책임 문제를 가리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경남과 대전, 강원 등은 조기만 내걸고 분향소는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도 국가장 결정에 반대하며 국가장 취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27일 가장 먼저 국가장 결정에 반대했다. 민변 광주전남지부는 "견고하지 못한 광주의 역사 앞에 피해자들의 상처는 작은 공격에도 피고름이 흐른다"고 지적했다.

◆"국민 추앙할 일 결정에 정부는 관용 대신 도덕적 기준 적용하고 공동체 나가야 할 미래 오염시키지 말라"

또 "현 시점에서 우리사회가 적법하고 올바른 기준을 세우지 않은 채 정치적 필요를 좇아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논의와 결정을 반복한다면 우리는 전두환 씨에 대해서도 똑같은 논의를 해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도 민주화운동 탄압 등을 들어 국가장 결정에 대해 반대했다. 전북민중행동 등 지역시민단체도 국가장 결정에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변)은 "정부는 국가와 국민이 추앙할만한 인물을 결정하는 일에는 관용이 아니라 정의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정부는 우리 공동체가 겪어온 고난의 경험을 부정하지 말고 우리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도덕적 미래를 오염시키지 말라. 정부는 이제라도 노태우에 대한 국가장 결정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28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결정에 유감을 표하고 가족이 사과했지만, 국가에 반역하고 시민들을 학살한 사실이 덮어질 수 없다며 국가장 반대를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전북민중행동 등 지역시민단체도 민주화 운동 탄압 등을 이유로 국가장 결정에 유감의 뜻을 표하고 취소를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는 당 상무위원회에서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조문도 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전두환 씨와 비교하면서 그는 다르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켜온 시민들에 대한 모독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조롱이다"라고 말했다.

고인에 대한 생전 평가가 엇갈리면서 지역마다 추모의 온도 차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구와 부산, 충북은 분향소를 설치했지만, 전북은 조기 게양은 물론 분향소도 설치하지 않았다.

경남과 대전, 강원 등은 조기만 내걸고 분향소는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

국가장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고, 정부의 결정에 유감을 표하고 가족이 사과했지만, 국가에 반역하고 시민들을 학살한 사실이 덮어질 수 없다며 국가장 반대를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전북민중행동 등 지역시민단체도 민주화 운동 탄압 등을 이유로 국가장 결정에 유감의 뜻을 표하고 취소를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의당은 당 차원에서 조문도 하지 않기로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27일 정부의 국가장 결정을 하자 곧바로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는 당 상무위원회에서 28일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조문도 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 대표는 "전두환 씨와 비교하면서 그는 다르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켜온 시민들에 대한 모독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조롱"이라고 지적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도 이날 SNS를 통해 "5월 광주와 그 뜻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면서 "국가장 장례위 고문 위촉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국가장을 반대하는 국민청원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