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여러차례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재판에서 불법집회를 비롯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감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는 위헌이라며 부인했다.

오늘(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위원장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양 위원장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집시법),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 재판에서 양 위원장 측은 "공소사실 가운데 감염병예방법 위반을 제외하고는 모든 공소사실 위반을 인정한다"며 "감염병예방법 위반도 사실관계는 다툼이 없으며, 다만 법률조항 등의 위헌성과 집회제한고시의 위법성에 대해 다툰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양 위원장 측은 그러면서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교수가 감염병 예방법에도 불구하고 집회시위의 자유가 넓게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표를 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 위원장 측은 "법리적인 쟁점이 있거나 사회적인 문제가 있는 사건에서는 전문가도 증인 형식으로 채택해 질문, 답변 형태로 진행된다"며 "양 위원장이 참여한 3개 집회의 주된 목적은 중대재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으로, 이 교수가 영국의 기업살인법을 국내에 처음 도입하면서 법안 기초가 된 것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직접 이 교수를 법정에서 신문하는 대신 이 교수의 의견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담아 변호인이 구술 변론하라고 주문했다.

양 위원장은 지난 7월 3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주최 측 추산 8000여명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 등 불법집회를 주도 및 참석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8월 13일 양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받았지만 양 위원장과 민주노총이 영장 집행에 반발하면서 영장 발부 20일 만인 지난달 2일 양 위원장의 신병을 확보했다.

양 위원장은 지난 9월 13일 구속된 뒤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으나 같은 달 15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