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고위 임원이 재개발 시공권을 따기 위해 나도 재개발조합 조합원이라며 '내집처럼 짓겠다'며 경쟁사를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된 뒤 사업지내에 매입한 부동산을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내집 짓는 마음으로 짓겠다고 한 약속을 절세를 위해 헌신짝 처럼 내팽개쳤다는 지적이다. 해당 임원이 사들인 부동산 중에는 무허가 건물도 포함돼 회사 정보를 활용해 정보를 입수하고 조합원 자격과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의혹을 받아왔다. 매입 시점은 시공사로 선정되기 1년 전이다.

정비사업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당 물건은 토지 면적이 작은 곳이라 무허가 건물의 존재 여부가 입주권이 나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 임원으로 도덕성 논란과 함께 기업 이미지를 추락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재개발 이전에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조합원 배정물량을 받게돼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해 상당한 시세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겉으로는 책임시공을 내걸왔지만 실상은 절세를 염두에 둔 사전 증여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아산 정주영은 어떻게 생각할까" 현대건설 재건축사업 영업담당 고위 임원이 재건축 사상 최대규모인 한남3구역 시공권을 따기 위해 내집짓는 마음으로 짓겠다며 부동산매입 사실을 자랑스럽게 공개했다가 시공권을 딴 직후 해당 부동산을 자녀에게 승계해 절세목적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에는 이런 꼼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사진은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본관에 설치된 아산 정주영 회장 흉상>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남3구역 수주경쟁이 최고조일 때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투표를 앞두고 건설업체들의 설명회 자리에서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당시 주택사업본부장)은 "집주인이기 때문에 더욱 애정을 가지고 집을 지을 수밖에 없다"며 한남3구역에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도시정비사업부장 겸 도시정비영업1실장인 김태균 상무도 당시 한남3구역의 조합원이 됐다며 조합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부동산 매입 사실을 자랑스럽게 공개했다.

두 사람은 한남뉴타운 후보지역에서 뉴타운으로 지정받기까지 개발정보를 접하기 쉬운 위치에서 부동산을 매입하고 수주경쟁을 주도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6월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1조 8,000억원 규모의 시공권을 따냈다. 지난해 현대건설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4조 7,383억원 가운데 25%가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현대건설은 도시정비사업 부문에서 창사 이래 최대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남3구역은 재개발사업 규모로는 사상 최대규모여서 수주경쟁이 3파전(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으로 과열돼 부작용이 속출했다"며 "서울시와 국토부가 입찰무효를 선언하고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공사 선정 작업이 한때 중단됐을 만큼 수주경쟁이 치열했다"고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두 사람이 직접 부동산 매입 사실을 공개한 것은 초박빙의 접전에서 조합원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고 보는 분위기다.

그런데 김태균 상무는 시공권을 현대건설이 따낸 뒤 투기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형태를 보였다.

스카이데일리 보도(8.12일자)에 따르면 김태균 상무는 책임시공을 내걸고 시공권을 따낸 이후 자녀에게 사업지 내 부동산을 증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여 시점은 올해 5월이다. 도시정비법 제39조에 따르면 정비사업의 조합원은 토지 등 소유자로 한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조합원이 될 수 없다. 결국 김 상무가 책임시공의 근거로 제시했던 ‘조합원 자격’이 상실된다.  

한남3구역 조합원들 사이에선 현대건설 임원이 사실 책임시공 보다는 부를 대물림하는 과정에서 절세 목적으로 해당 부동산을 매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상무는 2019년 10월 한남동 5XX 소재 나대지(36㎡)와 무허가 건물을 함께 매입했다. 당시 매수가는 8억7000만원이다.

한남3구역의 경우 투자가치가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개발이 완료돼 나중에 증여할 경우 세금이 더 늘어날 수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증여한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들은 부과된 증여세에 비해 수증자가 얻게 될 이득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건설은 언론에 “개인의 재산 처분으로, 공식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회사 측이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개인 차원의 일로 선을 긋는 것이다.

조합원들은 눈뜨고 속아넘어간 셈이어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조합원으로 내집짓는 마음으로 짓겠다며 조합원의 표심을 자극했던 호소가 절세를 위해 대물림 증여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말장난으로 속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조합원을 기망한 사기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