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의 시골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페드로 카스티요가 페루의 새 대통령으로 지난 28일(현지시간) 취임했다. 

사회주의 좌파 정당인 '자유페루당' 출신인 카스티요 대통령은 "부패없는 나라와 새로운 헌법을 만들기 위해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카스티요는 결선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선거를 거치는 선거 내내 가난한 사람을 위한 투사를 자임했다. 세계 어느나라 대통령들과 비교해 본보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 속에 출발부터 남다른 행보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카스티요 대통령은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20여년간 교직에 몸담아온 정치신인이다. 지난 4월 대선 1차 투표에서 18.9%의 득표율로 깜짝 1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달 6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50.12%를 얻어 0.25% 포인트의 아슬아슬한 차이로 승리했다. 보수당의 후보인 케이코 후지모리의 재검표 요구로 취임식을 불과 8일 앞둔 지난달 19일에서야 당선이 확정됐다. 

페루는 대통령의 부패가 심각해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중도하차해왔다. 최근 대통령 열 명 중에 일곱 명이 뇌물 수수 혐의로 조사받거나 기소됐을 정도다. 

또 지금 헌법은 독재자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 시절인 1993년 제정됐으며, 신자유주의 내용을 담아 이전의 페루 헌법보다 개악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페루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헌법이 아닌 부자만을 위한 헌법으로 카스티요 대통령은 보수당이 장악한 의회에 개헌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개헌안 통과가 쉽지 많은 상황이다. 카스티요의 자유페루당은 의회에서 전체 의석 130석 가운데 37석에 불과해 과반수 확보를 위해서는 야당의 도움이 필요하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전통 밀짚모자를 쓰고 원주민 전통 의상을 입었다.

카스티요는 "이 나라가 빈농에 의해 다스려지는 건 처음이다. 이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영광인지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페루에서 군이나 경제, 정치 엘리트 출신이 아닌 첫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의료 접근 확대, 경제 살리기, 교육 확충, 빈농 지원 등을 정책의 우선 순위로 제시했다.  

인구 3200만명인 페루는 코로나19 사망자가 20만명 정도로 강력한 봉쇄 정책을 썼다. 그러나 확산을 막지 못하고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1%로 최악을 기록했다.

광산업 국유화에 대해서는 반발을 고려해 한발 물러섰다.

그는 페루 경제의 버팀목인 구리 등 광산업체에 대한 국유화 추진과 관련 "그럴 계획이 없다"며 그 대신에 "투자자들과 새로운 계약을 기대한다"고 했다. 광산채굴 허가료와 세금 등을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광산업은 페루 경제의 10%를 담당하며 법인세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는 취임 뒤 대통령궁에 머물지 않겠다고 했다. 스페인 정복자인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군림하던 당시 지은 대통령궁은 박물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또 "대통령 임금을 받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며 "퇴임 후에는 초등학교 교사로 돌아갈 것"이라고도 약속했다.

이날 취임식엔 칠레와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중남미 국가 대통령들과 스페인 국왕 등이 참석했다. 미국 정부 특사로는 라틴계인 미겔 카도나 교육부 장관이 참석했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프란시스코 사가스티 임시 대통령에 이어 5년 동안 임기를 새로운 페루 건설을 위해 출발선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