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未知)의 유권자들에게>

정치는 '조건' 이전에 '신념'이다.

대세와 헤게모니를 따라 가는 게 아니라

가치와 노선을 따라 가는 것.

특정 정당과 정치세력을 지지하면서도

다른 정당과 정치세력을 경쟁시키는 것.

경쟁시킬 수 있는 가장 크고 효과적인 방법은

정당하고 객관적인 '비판'(批判)이다.

이것을 갖추지 못했을 때, 즉

신념 아닌 조건만 따져 지지하거나,

가치와 노선은 향방을 잃고

정강정책은 실종된 채 무턱대고

대세 따라 지지하거나,

특정 정치인 선호도만 쫓아 지지하거나,

정당과 정치세력들을 경쟁시키지 않는 것은

스스로 노예(奴隸)를 자처하는 것과 똑같다.

그 중, 가장 어리석은 자들은

비판 할 줄 모르거나

비판을 두려워하고 회피하는 자들.

정치학에서는 이런 지지자들을

이른바 '즉자적 지지자'로 규정한다.

정당과 정치인에 동원되어 들러리 서거나

자신의 이기와 실리를 찾아 따르는 지지자群.

지지자의 종류는 크게 두가지.

대자적 지지자와 즉자적 지지자.

대자적(對自的) 지지자에는

'신념형 지지자'와 '가치형 지지자'가 있는 반면,

즉자적(卽自的) 지지자에는

'동원형 지지자'와 '실리형 지지자'가 있다.

ㅡ

자신보다 못한 자들에게 지배받는 징벌은

정치를 외면해서이기도 하지만,

비판하지 않고 경쟁시키지 않아서도 그렇다.

'불의가 법이 될 때 저항은 의무'가 되듯

모순과 오류의 구조가 유지·온존될 때도

'비판은 의무'가 된다.

정치학 개론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ㅡ

자신의 SNS 프로필에다 윗글의 부분 구절을

액세서리나 패션 아이템처럼 박아놓기만 하고

무슨 의미인지 진정한 뜻을 알지 못하고

실천도 못하는 사람들..

특히 '깨어있는 시민'이라는 말은 신봉하면서도

인식과 행태는 꽁꽁 닫힌 채 잠든 사람들..

"나는 당신의 견해를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의 견해를 밝힐 자유를 위해서라면

나는 목숨 바쳐 싸울 것"이라는

'볼테르 선언'을 포스팅해 두면서도

타인의 견해가 자신의 뜻과 다르다고

끝끝내 글과 말을 가로막으려는 사람들..

지지자들이 정직한 가치와

건강한 신념에 바탕한 지지를 하지 못하고,

개개인의 실리와 이기에 따라 추종하거나

가치와 철학이 심화, 숙성되지 못한 채 신앙화되어

단순 동원되는 지지집단을 이룰 때,

그 정당과 정치인의 수준과 지향 역시

지지집단과 같은 높이의 등고선을 형성하고

전략적으로 고정화됨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역시, 명제화된 개념.

정당 및 지도자의 수준과

지지집단의 수준은 언제나 예외없이 비례한다.

지지자의 모습은 그 지도자의 모습.

유권자들은 지도자 자체를 평가하기도 하지만

지지자를 통해 지도자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내 모습이 곧 내가 지지하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내가 노예이면 지도자도 노예다.

내가 주인이면 지도자도 주인이다.

선택은 유권자 개개인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