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3일 방역을 위해 서울시와 경찰의 집회 차단을 뚫고 도심 에서 대규모 기습 시위와 행진을 강행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1시께 조합원들에게 긴급 공지를 통해 집회장소를 여의도에서 종로로 전격 변경했다. 

여의대로 진입이 원활치 않아 장소를 긴급히 변경한다면서 오후 2시 종로로 집결장소를 변경했다.

민주노총이 3일 노동법 전면개정, 비정규직 철폐, 구조조정 중단,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여의도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서울시와 경찰이 집회금지 조치하면서 장소를 종로로 긴급 변경해 집회를 강행했다. 민주노총은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인 양경수 위원장이 당선되면서 비정규직 철폐 등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총파업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로 집회자유가 심각하게 제약받았지만 그동안 참았던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분출되는 시발탄이 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철저한 방역지침을 내렸지만 여의도에서 집회장소가 옮겨지면서 일부에선 방역지침이 지켜지지 않았다. <사진 MBN 뉴스 화면>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을 오후 1시 50분께부터 1·3·5호선 종로3가역을 무정차 통과 조치했지만 민주노총 노조원들은 1시 30분께부터 현장에 도착해 도로로 나와 집회를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가방에서 모자와 붉은 머리띠, 조끼를 꺼내 입고 피켓을 든 채 오후 2시께 종로2가 종로타워빌딩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민주노총 자체 추산 8천명 조합원들은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비정규직 철폐하라', '구조조정 중단하라', '최저임금 인상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임을 위한 행진곡' 등 투쟁가를 불렀다.

민주노총은 전종덕 사무총장의 사회로 오후 2시 40분께 종로2가 사거리부터 종로3가 사거리까지 차로 4∼6개를 점거하고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들의 생존과 안전 고용을 지키려 이 자리에 모였다"며 "더 이상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용납하지 않고 노동자의 힘과 분노로 이 세상을 바로잡자"며 노동자들이 앞장설 것을 제안했다.

3일 민주노총 도심집회가 열린 가운데 한 인터넷 이용자가 '전광훈 집회와 다를 게 무엇인가'라며 민주노총을 비난하는 글과 함께 올린 사진. 일부 이용자들은 이 사진을 공유하며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광훈 목사가 박영선 전 민주당 의원을 지지연설했던 일을 떠올리며 전광훈이 더민주 일베 대표인가 보다고 힐난했다.

양 위원장은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투쟁으로 강제할 것"이라며 "노동자들의 분노로 이 세상을 바로잡자"고 말했다.

노동자대회 중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감염병예방법 등 관련 법에 따라 3차례 집회 해산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에 동요나 굴함없이 아랑곳없이 약 30분 동안 대회를 이어갔다.

민주노총은 3시 15분께 집회를 마무리하고 종로5가 방향으로 행진했다.

약 500ｍ를 행진한 뒤 종로4가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을지로4가역 인근 청계천 배오개다리에 이르렀다가 경찰에 가로막혔다. 

조합원들은 오후 3시 44분께 파업가 제창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일부는 현장에 남아 구호를 외치기도 하며 투쟁을 이어가다가 자진해산했다.  

집회 행진과정에서 노조원과 경찰간에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조합원 1명을 체포했다. 

한남대교 등 일부 지역에서 검문중인 경찰이 집회 참가 버스를 막아 돌려보내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와 관련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해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집회 종료 후 입장문을 통해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52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장시간 불법 집회와 행진을 강행한 집회 주최자와 주요 참가자들에 대해 집시법·, 일반교통방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코로나 급속 확산에 따른 정부의 집회 자제 요청, 서울시·경찰의 집회 금지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불법집회·행진을 강행해 종로2가 도로를 장시간 점거해 국민 불편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이날 213개 부대를 동원해 도심과 한강 다리 등에서 임시 검문소 59곳을 3중으로 운영하는 등 고강도 경계 태세를 취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노동법 전면개정,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인상 등 코로나로 인해 더욱 열악해진 노동여건 개선을 위해 올해 말 100만 조합원 총파업을 목표로 투쟁을 준비해나가고 있다.

민주노총은 앞서 지난 6월29일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 촉구 투쟁결의대회'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