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최고의 투수 최동원. 그는 마지막 꿈이었던 고향팀 롯데에서의 지도자 생활을 이루지 못한 채 14일 새벽 투병중이던 병마를 이기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마지막까지도 "괜찮다. 그라운드로 돌아간다"며 자신감과 자존심을 잃지 않았던 그는 김성근 SK전감독의 말대로 "비운의 스타'였다.

선수시절 화려했던 명성을 말로에는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지도자생활을 한화이글스 2군 감독으로 보내긴 했지만 불세출의 영원한 에이스 최동원을 롯데에서는 외면했다.

소속구단 롯데와는 애증의 관계였다. 1983년 롯데에 입단할 때 실랑이를 벌였고 1988년에는 87년 6월 민주대항쟁을 계기로 봇물처럼 터져나오던 민주화 요구에 프로야구단에서도 노조격인 선수협 구성이 추진됐다.

그 맨앞에 선 이가 최동원이었다. 그가 나선 것은 연봉도 아니었다. 힘들게 살아가는 동료 후배들을 위해서였다.

해태의 김대연 투수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유족들의 생계가 막막해진 모습을 보고 선수협의회를 결성하기로 했다.

최저연봉으로 고생하는 2군선수들을 위해 1987년 선수협의회를 결성하기로 했다. 20만원의 월봉을 받으며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현실을 개선하고 선수들간에 상호부조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선수들의 권익향상을 꾀하려 한 것이다.

그 자신 스스로 "난 연봉 1억을 받는다. 선수협이 필요없다"면서도 "그러나 최저연봉을 받으며 힘들게 선수생활을 해야하는 선수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선수협 결성 추진이유를 설명했다. 대스타이면서도 주변을 아끼는 사나이다운 모습이었다.

회장선거에서 55표로 최다득표를 해 회장으로 선출됐지만 구단들은 선수협이 노조성격이 될 것으로 우려해 롯데를 비롯한 구단들이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당시 전국에서 민주대항쟁 등 억눌렸던 민주주의와 노동조합 결성 등 권리를 찾기위한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던 시기였다.

잔뜩 겁을 먹은 구단은 선수협 참가선수와는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위협하면서 선수협 결성을 방해했다.

그해 가을 롯데는 매정하게도 최동원을 삼성의 김시진과 맞바꾸는 프로야구 사상 최대의 사건인 트레이드를 단행, 최동원과 영원한 결별을 선언하며 그를 방출했다. 다분히 보복성 트레이드였던 것.

이후 최동원은 쇠락의 길을 걷게됐고 침체됐다. 1984년 한국인투수로는 한시즌 역대 최다승인 27승과 한시즌 최다탈삼진인 223개를 기록하며 전후반기 통합우승을 했던 최강 삼성을 상대로 전무후무한 한국시리즈 4승을 기록하며 첫 우승을 안겨준 최동원이었지만 구단의 조치로 무쇠팔의 힘도 빠졌다.

삼성에서 2시즌을 뛰었지만 그에게 큰 의욕이 없었고 결국 한창인 32살에 선수생활을 접었다. 그의 강한 자존감과 불의에 눈감지 못하는 스포츠 정신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이 대부분 보수적이었던 것과 달리 정의감을 십분 발휘하고자 정치권에 도전을 하기도 했다.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한나라당 성향(당시 민자당)이 강한 부산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로 지방선거에 출마해 선수시절 못다이룬 꿈을 정치권에서 이뤄보고자 했지만 낙선했다.

동생 최수원 심판은 형님은 롯데의 감독이 되는 것을 마지막까지 소원했다고 말했다. 롯데는 그가 떠난 이후 명예감독이 되는 것을 검토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NC의 구단주 김택진씨(NC소프트 대표)는 "최동원 투수는 마음속의 영웅"이라고 당당히 밝히며 감독 김경문씨와 함께 빈소를 직접 찾아 애도했다.

구단주 김씨는 최동원을 NC의 코치로 직접 모시고 싶었다고도 했다.

우연히도 롯데는 NC의 구단 출범 당시 끝까지 반대입장을 보이며 태클을 걸었다.

롯데는 뒤늦게서야 끌리듯 고인에 대한 예를 갖추겠다고 한다.  한화구단이 2군감독으로 재직했던 최동원에 대해 현역에 준해 직원을 파견하고 장례용품을 지급하며 깍듯한 예와 의리를 보여주는가 하면 팬들의 추모열기가 이어지는 것을 보고나서야 고인에 대한 예를 갖추기 위해 부산을 떨었다.

최동원이 생전 어린이 꿈나무 야구를 지도하며 새 구단이 생기면 감독을 하겠다고 했고 넥센 구단주 김택진씨가 마음속의 영웅을 모시고 싶었다고 한 것처럼 좀더 일찍 넥센이 탄생해 롯데로 돌아가고싶어하며 마음아파하지 않고 넥센에서 지도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기회가 닿으면 동원이형과 함께 한팀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었다고 한 선동열까지 가세했더라면 한국야구는 더욱 발전할 수 있었을텐데.

넥센과 롯데, 부산경남을 기반으로 한 두 구단의 대비되는 이유가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