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에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며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제 102주년 3.1절 기념사에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파고다공원에서 열린 제 102주년 3.1절 기념식 연설을 통해 "더 굳건한 협력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 질서를 함께 만들기를 바랍니다"라고 일본과 미래를 향한 협력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조선반도의 정세 안정을 위해 한일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터야한다는 절박성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한일갈등의 불씨가 된 강제징용 문제 타개를 위한 새로운 해법 제시는 내놓지 못해 향후에도 험로가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종로1가 파고다공원에서 열린 102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독립운동가 박도철 씨의 손자 박영섭 씨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KTV>

문 대통령은 과거 문제는 과거 문제대로 미래 문제는 미래 문제로 분리해 나가야 한다는 투트랙 기조를 확인한 가운데 미래 지향적 협력에 비중을 뒀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역대 3.1절 연설 가운데 가장 나간 대일 메시지라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3.1절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전쟁 시기 반인륜적 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2018년), "친일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2019년)"라고 일본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2020년에는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위해 같이 노력하자"고 하면서 상당 부분 누그러진 발언을 했다. 다만 메시지 분량은 크게 하지 않았다.

올해 문 대통령은 대일 메시지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 문 대통령은 특히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며 과거사 문제보다 한일 협력 강화에 역점을 뒀다. 

문 대통령은 경제부문에서 양국이 협력으로 이익을 봤다고 긍정 평가를 내놓았다.

한국과 일본은 '분업구조' 관계라며 "일본의 성장은 한국의 발전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한 발 더나가 "독립선언문의 목적은 일본을 배척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새로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기조를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등 코로나 극복 협력, 도쿄올림픽 성공 협력을 제안했다.

한일관계 경색을 불러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및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을 촉구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과거사 해결 및 사과 요구가 약화되고 협력제안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일본의 스가 내각은 냉담한 반응이다.

문 대통령은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혀 향후 어떤 안을 내놓을 지 관심을 낳는다.

반면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와 관련해서는 메시지가 거의 없었다. 꽉막힌 남북관계 현실에서 새로운 안을 내놓아 봐야 소용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번 기념사에 '코로나'라는 단어는 16번, '협력'이라는 단어는 19번, '일본'이라는 단어는 7번씩 언급했다. 반면 '북한'이라는 단어는 2번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조선을 향해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참여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북일·북미 대화 가능성을 재차 거론한 정도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 방향을 부정하고 궤도를 수정하고 있어 기존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제안하는데 제한을 받은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