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과 노동자의 영원한 벗이자 통일문제연구소장인 고 백기완 선생이 영면에 들었다.

19일 오전 서울대 병원에서 발인한 고인의 운구는 대학로에서 노제를 지냈다. 평화와 민중, 통일을 위해 일생을 보내고 숨결이 어린 통일문제연구소에서 노제를 지냈다.

운구 행렬에는 백기완 선생을 형상화한 대형 인형이 노동자와 희생된 민중들을 등뒤에 업은 모습을 만들어 영원한 벗이었음을 형상화했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영결식에서는 백 선생의 뜻을 따르려는 노동자와 시민 등 각계에서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조사는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고인을 기억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사했다.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출신인 김수억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을 대표가 노동자를 대표해 조사를 했다.

김 대표는 백 선생이 2013년 기아차 윤주형 해고노동자의 장례식장을 찾아 노동운동의 ‘빛’이 되어준 인연을 소개했다.

2007년 기아차 화성공장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윤주형 씨는 정규직 전환 투쟁을 하다 2010년 해고된 뒤 2012년 임단협 투쟁에서조차 복직되지 못하자 힘겨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있다. 

김 대표는 “윤주형을 해고자로 떠나보낼 수 없었다. 원청은 죽어서도 해고자로 살라고 했다. 상주가 돼 싸웠다. 아무도 되지 않을 거라고 했다. 노조마저 떠난 날 컴컴한 빈소에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백기완 선생님을 떠올렸다. 선생님을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고개를 떨구고 축 늘어진 어깨로 영장 앞에 앉아있던 날, 백발의 선생님이 빈소로 성큼성큼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선생님이) ‘수억아, 어깨를 펴! 고개 들어!’ 빛이 돼 주셨다. 선생님이 오신 날 동지들이 다시 달려왔다. 윤주형은 해고자가 아닌 노동자로 저세상에 갈 수 있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김 대표는 “윤주형만이 아니다. 85호 크레인 김진숙, 쌍용자동차, 삼척 동양시멘트, 유성,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외롭고 쓰러져 지쳐있을 때 선생님은 달려와 어깨를 펴라고 했다. 다시 한 발 더 떼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이 마지막 일주일, 온 힘을 짜내서 썼던 네 글자 ‘노동해방’. 앞서서 나아갔던 수많은 열사를 앞세워 보내면서 우리 곁에 든든히 동지가 돼줬던 선생님. 이제 우리가 그 길을 마저 따르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생님이 짜내어 쓴 노동해방 네글짜를 상기하며 그 뜻을 이어받겠다고 다짐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고인은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 안장돼 영면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