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권보다 더 계획적이고 대규모다. 합격자를 탈락시키고 관련 공무원은 좌천시키고, 사표 안내면 형사고발하겠다 협박까지"

과거 정권의 적폐인 블랙리스트를 체크리스트로 포장하더니, 문재인 정권이 촛불혁명 정부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장관으로 첫 구속자가 나은 것은 도덕성과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게 돼 청와대의 충격파가 클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관련 9일 법정구속됐다.  촛불혁명 덕에 들어선 촛불정부가 도덕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됐다.

검찰 수사 당시 박근혜 정부 때 문화계 사찰과는 다르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법원은 합법적으로 임명된 임직원을 내몰기 위해 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 계획적으로 대규모로 진행됐다고 밝혀 내책남블이라는 오명을 듣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1부(부장판사 김선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강요'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66)에 대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법원은 함께 기소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55)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신 전 비서관은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장관급 인사가 유죄를 선고받고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청와대와 환경부가 공모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에 대한 조직적인 낙하산 인사를 "명백히 법령에 위반되고, 그 폐해도 매우 심해 타파되어야 할 불법적인 관행"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것은 "전 정권에서 선임된 임원들을 소위 '물갈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사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환경부는 사퇴를 거부하자 감사를 벌여 표적감사라는 논란이 일었다. 결국 2017년 12월∼2018년 1월 사표 요구를 받은 산하기관 임원 15명 중 13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이전 정부에도 정권이 바뀔 때 사표를 제출했지만 이처럼 대대적인 사표 징구(徵求) 관행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사표 제출을 거부했던 한국환경공단 김모 전 상임감사를 표적 감사한 것은 강요죄로 인정됐다.

친문계 인사들만 면접에 응하도록 해 제식구를 낙하산 인사로 앉히려 했던 것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청와대와 환경부가 공모해 공석이 된 공공기관 임원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점찍은 인물들에게만 면접 예상 질문을 제공한 것 등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당하게 심사되는 공모 절차로 믿고 지원한 선량한 피해자인 지원자가 130여 명에 이른다"면서 "이들에게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심한 박탈감을, 국민들에게 공공기관 임원 채용 과정에 깊은 불신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선고 직후 뜻밖의 판결이라는 반응을 보여 아직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 채 뻔뻔함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김 전 장관 측은 "예상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했고 신 전 비서관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는 2019년 수사 당시와는 상반된 태도다. 정작 법원 판결에 책임감 있는 입장을 내야 할때 벙어리가 된 모양새다.

청와대는 2019년 검찰 수사 때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체크리스트’라며 검찰 수사를 비판했던 청와대는 "원칙적으로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는 2018년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당시, 이전 정부와 질적으로 다르다며 유전자까지 거론한 바 있다.  

2019년 수사 당시 김의겸 청와대 전 대변인은 2018년 12월 "문재인 정부에서 민간인 사찰은 있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2018년 민정수석 당시 "단언컨대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은 이전 정부와 다르게 민간인을 사찰하거나 블랙리스트를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