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6일 발생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수사한 서초경찰서가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안 본 걸로 하겠다"며 묵살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해당 수사관이 대기발령 조치됐다.

이런 가운데 서초경찰서는 관내 대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이 관련된 개포8 철거대책위원회와 기아차 내부 고발자가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걸어놓은 현수막을 고의로 훼손하고 도난한 의혹 사건가 관련된 영상을 확보하고도 영상이 흐리다며 묵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은 24일 이 차관이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30초 분량의 영상을 제출했지만 이 영상을 보고도 묵살한 사실이 확인돼 서초경찰서 수사관을 '즉각 대기발령'했다고 밝혔다. 

이 차관 폭행 사건을 수사한 서초경찰서는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에도 내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며 특수폭행이 아닌 일반 폭행 사건으로 다뤘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 지워진 블랙박스 영상을 복원해 확보하면서 경찰의 부실 수사가 드러났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기상조였다는 우려까지 나오자 사건 발생 한달여만에 뒷북 조치를 취했다는 지적이다.  

서울경찰청은 24일 공지문을 통해 "지난해 11월 11일 서초경찰서 담당 경찰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였다는 내용이 일부 사실로 확인돼 진상 파악 중"이라며 "확인되는 대로 빨리 사실관계를 설명하겠다"고 알렸다. 

서울경찰청은 공지 이후 2~3시간 뒤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을 24일 자로 대기발령 조치했다"며 "국가수사본부장 지시에 따라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총 13명 규모로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을 편성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또 "진상조사단은 담당자가 해당 영상 존재를 알게 된 시점, 서초서 팀장·과장·서장에게 보고 여부 등 관련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수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초경찰서 수사관은 지난 11월 6일 택시기사 폭행을 했고 다음날 택시기사와 합의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8일 택시기사를 조사한 뒤 내사종결했다.

경찰은 당시 사건이 알려진 뒤에는 이 차관의 범행을 뒷바침 할 "블랙박스 영상이 없다"고 두달여 동안 부인해왔다. 

하지만 채널A에서 해당 영상이 존재한다며 택시기사의 인터뷰를 전하면서 경찰의 은폐 의혹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찰과 달리 검찰은 수사 착수 즉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했다. 결국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못 본 걸로 하겠다"(TV조선 23일 보도)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두달 동안 블랙박스는 없다고 주장했던 최초 발표는 두달 만에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한편 경찰은 현대자동차 사옥 앞에서 집회자들이 게시한 현수막 훼손 도난 사건과 관련 영상을 확보하고도 미온적인 수사를 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서초경찰서는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앞 염곡사거리 일대에서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개포 8단지 철거민 대책위원회와 기아차 내부고발자가 걸어놓은 현수막이 고의로 훼손, 도난당한 '수십 건'의 고소 사건에 대해 관련 CC TV 영상을 확보하고도 수사를 미제사건으로 넘기고 사실상 수사를 종결했다. 

경찰은 서초구청에서 녹화된 CCTV 영상을 확보했지만 CC TV 영상 분석 결과 "영상이 흐리다" "범인을 특정할 수 없다" "영상이 틀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더이상 수사를 하기 힘들다고 결론지었다. 

법조타운이 있고 삼성, 현대차, LG 등 대기업들이 몰려 있는 서초구를 관할하는 서초경찰서는 권력과 금력 앞에서 순한 양이 되면서 권력과 재벌기업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경찰에 대한 신뢰 저하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