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인 이춘재(56)가 2일 법정에 선다. 역대 최악의 연쇄 살인 사건이자 영구미제가 될 뻔했던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34년만에 법정에 나오는 것이다.

이춘재의 신분은 피의자가 아닌 증인이다. 10대부터 70대까지 가리지 않고 잔혹한 범행을 한 흉악범을 피의자가 아닌 증인으로 부르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게 이유다. 

수원지법 제 12형사부(박정제 부장판사)는 2일 이순재를 상대로 당시 사건에 대해 증인 심문한다. 공소시효가 완성됨에 따라 피의자 신분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이춘재의 소환은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한 윤성여(53) 씨의 변호인 측이 재판부에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8차 사건뿐만 아니라 이춘재가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했던 살인사건 전반에 대해서도 신문을 할 예정이다. 8차 사건은 모방범죄로 알려져 왔고 윤씨가 범인으로 몰려 이춘재 대신 수감생활을 했다.

8차 사건을 비롯해 1986년 9월~1991년 4월 경기 화성지역에서 발생한 10건의 살인사건에 대해 이춘재의 입에 관심이 모아진다. 또 이춘재가 밝힌 추가 범행 4건에 대해서도 어떻게 진술할지도 중요한 대목이다.

이춘재는 추가 범행 4건에 대해 1987년 12월 수원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사건, 1989년 7월 화성에서 있었던 초등학생 실종사건, 1991년 1월 청주 복대동 여고생 살인사건, 1991년 3월 청주 남주동 주부 살인사건을 자신이 범행했다고 밝혔다.

수원지법 공보판사는 "화성연쇄 살인 사건이 사회적으로 워낙 관심사건인 만큼 법정 질서 위해 방청권 배부를 통해 제한 입장할 예정이며 촬영은 금지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 뿐만 아니라 언론, 경찰 등 많은 인파가 법정에 몰릴 것을 우려해 합의부, 검찰, 변호인이 있는 주법정과 영상송출 방식으로 다른 법정에 연결되는 ‘멀티 법정’ 등 법정을 2곳 운영하기로 했다.

법원은 이날 오후 1시30분 예정된 이춘재의 출석 시각보다 30분 앞서, 즉결법정에서 방청권 43석을 선착순으로 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