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누군가 배후에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한 김어준 씨가 경찰에 소환돼 피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마포경찰서는 27일 오후 2시께부터 5시까지 김씨를 불러 개인 인적사항과 발언 배경, 증거가 있는 지, 발언 의도 등에 대해 조사했다.

김 씨는 오후 5시께 조사를 마치고 경찰서를 나서면서 '여전히 이용수 할머니에게 배후가 있다고 생각하느나'는 언론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경찰서를 나섰다.

앞서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김 씨를 이 할머니에 대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달 1일 검찰에 고발했다.

김 씨는 지난 5월2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하면서 배후설을 제기했다.

김 씨는 당시 "지금까지 할머니가 얘기한 것과 최용상 가자인권평화당 대표의 주장이 비슷하고 최 대표의 논리가 사전 기자회견문에도 등장한다"며 "이 할머니가 강제징용 피해자 운동에 위안부를 이용했다고 한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누군가 왜곡된 정보를 드렸고 그런 말을 옆에서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 씨의 주장에 이 할머니와 수양딸 곽모 씨가 "이 할머니의 생각이 맞다"며 배후설을 부인하자 김 씨는 다음날에도 같은 방송에서 "7~8명이 합의했다는 보도가 있는데 누구 말이 맞는 것이냐"고 계속해서 의혹을 제기했다.

고발인인 사준모는 "김 씨는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을 거대한 배후설 또는 음모론으로 규정했다"며 "연세가 92세인 이 할머니가 '노망 들었다, 치매에 걸렸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줌으로써 이 할머니의 명예를 훼손하고자 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사준모는 특히 "김 씨는 최소한 이 할머니의 반대의견도 들어보지 않고 허위사실을 진술했다"며 "검찰 수사 중인 윤미향을 구제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공익적인 목적으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 5월28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김 씨가 제기한 배후설에 대해 "내가 바보냐, 치매냐"며 "백번 천번 얘기해도 나 혼자 밖에 없다"고 김 씨의 주장에 불쾌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