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코로나 대책 노사정 대타협안’ 최종 부결

23일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의원 대회에서 김명환 집행부가 추인을 요청한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안이 최종 부결됐다.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반발에 부닥치자 대타협안 관철을 위해 정면돌파로 대의원대회 직권 소집으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결과는 불신임으로 나타났다.

현장 조합원들은 과반수가 넘게 노동자를 등지고 자본과 정권에 타협을 선택한 김명환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으로 표출됐다는 분석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온라인으로 개최한 제 71차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한 찬반투표에서 재적 대의원 1479명 가운데 1311명이 투표해 '반대'가 805명으로 과반수(61.73%)를 훨씬 넘었다. 찬성표와 무효표는 각각 499명(38.27%), 7명으로 집계됐다.

김명환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이번 대의원대회 최종 부결로 사퇴 수순을 밟게 됐다. 불명예 퇴진을 스스로 선택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중집위에서 10여곳이 훨씬 넘는 지역본부장의 반대에 부닥치고 조합원들이 회의실 앞에서 타협자 김명환 사퇴 피켓을 든 조합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지난 2일 서울과 부산 인천 경기 광주 전남북에서 제주까지 전국 16개 지역본부장이 성명서를 통해 '합의안 폐기, 독단적 대의원대회 소집 철회'를 요구하며 독단적, 비민주적 조직 운영을 규탄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전국대의원대회를 직권 소집을 강행하고 찬반을 직접 묻겠다며 중집위와 대립했다.

이에 지난 20일 대의원 809명이 노사정 합의안 폐기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지만 김 위원장은 강공책으로 대의원대회 강행을 밀어부쳤다.

조합원 다수의 뜻을 확인하고도 정면승부를 밀어부친 결과는 참담했다. 이번 부결에는 노동자들이 겪은 아픈 기억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노사정 대화에 참여했지만 그 결과는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제 도입, 노무현 정부에서는 근로자파견제마저 도입되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면서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기억이 남아있다. 

노동전문가는 "김영삼 정부조차 노동개악을 하려다가 취소한 바 있는데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고 탄생한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산업구조조정으로 대량 정리해고라는 칼바람을 휘둘렀고 이어 등장한 노무현 정부는 서민정부를 자처했지만 삼성이 지어준 참여정부라는 이름을 사용하는가 하면 취임 이후는 반노동 친재벌로 돌아서 근로자 파견제를 도입해 비정규직을 양산시켰을 봐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경향은 노무현 정부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재인 정권 들어와서 더욱 노골적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이 감옥에 보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취임 후 3년도 안돼 4회나 만나는 등 반노동의 상징처럼 배반의 행보를 보여왔고 정책마저 재벌에 퍼주기 일색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을 목도했다는 것이다.  

노사정 합의안은 정세균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지난 5월 출범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40여일 간의 논의를 거쳐 마련됐다. 노사정 대표간 합의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민주노총이 참여한 가운데 22년만에 도출됐다.

코로나 여파로 고용 불안이 예상되자 김명환 위원장이 해고없는 고용대책 마련을 위해 노사정 대화를 가장 먼저 제의하면서 노사정 대화에 참여했다.

40여일 간의 논의 끝에 지난 1일 고용 유지, 기업 살리기, 사회 안전망 확충 등을 위한 협력 방안을 담은 대타협 협약식을 열고 노사정 합의안에 서명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타협을 제안했던 당사자인 김 위원장이 불신임을 받으면서 1998년 이후 정통노조인 민주노총이 참여해 열린 '노사정대표자 대타협'은 제1노총인 민주노총이 빠진 한국노총만 참석하는 반쪽 타협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