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불거진 윤미향과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실 논란 속에 길원옥 할머니의 또다른 통장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길원옥 할머니의 통장관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고 손영미 소장의 죽음으로 이어졌던 윤미향(전 정의연대 이사장), 정의연대 관련 의혹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1일 일부 매체에 따르면 길원옥 할머니 명의로 된 통장이 추가로 발견됐다. 그동안 길 할머니 명의의 통장은 농협은행과 우체국은행 발행 통장 등 2개였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통장은 국민은행 계좌의 통장이다. 앞서 각종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 통장들과 입출금 패턴이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통장은 숨진 고 손영미 소장이 생전에 아들에게 건네주지 않은 것으로 이번에 아들 측에서 발견한 것이다.

길 할머니의 며느리 조모 씨는 전날 해당 매체에 ‘길원옥’ 명의의 국민은행 통장 2개를 새로 찾았다고 밝혔다.

통장 1개는  2009년 8월에 개설돼 같은해 11월까지 3달간 사용됐다. 300만원만 입출금된 뒤 거래정지됐다.

또다른 통장은 2012년 5월 8일 개설돼 2020년 6월 18일까지 8년간 거래가 이뤄졌다. 해당 통장은 지난 8년간 전체 거래내역이 1억2000만원 정도가 입출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에는 입금된 만큼의 돈을 마지막으로 빼가고서 남은 잔액은 6만8000원이다.

대부분 ‘서울특별시 재무국’에서 매달 돈이 입금됐고 그밖에 해남교육청에서 20만원, 여성인권진흥원에서 80만원, 이화여대신학대학원에서 100만원을 입금해준 기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기관에서 지원하는 것은 규칙적인 것이 특징인데 이 경우는 입금된 액수와 입금 시점이 불규칙했다고 한다.

조 씨는 일부 매체에 매달 ‘서울특별시재무국’으로부터 입금된 돈의 액수와 입금 시점이 너무나 불규칙해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매체에 따르면 2012년 5월 통장 개설 이후부터 2018년 10월까지는 70만원에서 90만원 안팎의 서울시 지원금이 매달 다른 시점에 입금됐다. 그러다가 같은 해(2018년) 11월부터 약 150만원이 입금되기 시작했다. 

서울시 지원금이 “매달 기록된 입금 액수도, 입금 시점도 온통 중구난방이었다는 지적이다. 180~200만원의 돈이 입금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예산이 일관되고 일정하지 않은 금액이 일정하지 않은 시점에 지원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사례라는 것이다.

매체에 따르면 이렇게 입금된 국민은행 통장의 돈들은 거의 모두 현금 출금, 또는 대체 출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만원대의 뭉칫돈들이 드나들었는데 2018년 4월 17일에는 680만원이 정대협으로부터 들어왔다가 얼마 뒤 현금 인출됐고, 2019년 11월 18일에는 648만원이 정의연으로부터 입금됐다가 19일 곧바로 역시 같은 액수로 현금 인출된 것이 보인다”고 조 씨는 밝혔다.

고 손영미 소장이 2012년 7월 18일 입금된 117만원을 이틀뒤에 자기 통장으로 계좌이체했고 2016년 7월 20일에도 52만원을 자기 통장으로 계좌이체한 기록이 있다.

그러나 계좌이체로 흔적을 남긴 경우는 거의 없고 모두가 현금 출금이나 대체 출금인 것으로나탄났다고 조 씨는 해당 언론에 전했다. 

국민은행 통장에 대해 정의연 측에서 따로 설명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언론에 “정의연 마포 쉼터를 관리하며 어머니를 모셔온 손 소장조차 농협은행과 우체국은행 통장만 건네줬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국민은행 통장에 대해 길 할머니의 아들 측은 이런 통장이 있는 줄도 몰랐다가 ‘다른 통장이 추가로 있을지 모른다’는 지인들의 조언으로 이번 통장을 새로 발견하게 된 것이라 밝혔다.

길 할머니의 다른 통장인 농협은행 통장에도 서울시와 마포구 등으로부터 매달 총 350만원씩의 지원금이 들어왔다. 하지만 국민은행 통장과 달리 일정금액이 같은 시점에 들어와 일반적인 정부지원금 형태와 같은 형태를 보였다.

두 통장 모두 공통적으로 입금된 만큼의 돈이 매달 고스란히 현금으로 출금됐다. 2020년 4월까지만 해도 매달 돈이 빠져나가 농협은행 통장과 국민은행 통장의 잔고는 각각 58만원, 6만8000원만 남았다.

그러나 지난 5월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폭로와 정의연 공시 누락과 회계부실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자 정의연대 측은 5월과 6월 두 달 동안은 현금인출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농협은행 통장은 660만원으로, 국민은행 통장은 476만원으로 잔고가 늘었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연대측이 두 달 동안 돈을 찾아가지 않은 만큼 쌓였다는 것이다.

길 할머니의 아들 내외는 언론에 "소명되는 부분도 있고 중간에 사라져 확인되지 않는 돈들도 있다. 뭐하려고 통장관리를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최지석)는 정의연대 관계자들과 주변인들을 조사하며 윤미향, 정의연대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지난 달 26일 정의연 회계 담당자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네 번째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연의 전신이자 현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운영 주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시기 회계 담당자 B씨도 지난 4일과 23일 재소환했다.

윤미향 의원은 경기 안성시 ‘쉼터’ 건물 매입 과정에 위법성이 있었는지, 법인이 아닌 개인 명의 계좌로 모금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모금액이 사적으로 유용됐는 지가 수사의 핵심이다.

앞서 길 할머니의 아들 내외는 고 손영미 소장에게 길 할머니를 모셔가겠다며 통장을 내줄 것을 요구했고 손 소장은 통장을 아들 측에 건네줬다.

이 과정에서 고 손 소장은 경기도 파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경찰 조사 결과 마지막으로 윤미향과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