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 출신 볼턴과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관계 파국에 대한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현지시간) ABC 인터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적합하지 않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에 적합하다고 보지 않는다. 그가 그 일을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온통 재선승리에 있다"면서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있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동도 사진찍기에 방점이 찍혀 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볼턴은 "재선에 뭐가 좋은지 말고 내가 알아차릴 수 있었던 처리원칙이랄 게 없다"며 "재선에 너무 집중하고 있어서 장기적 고려엔 진전이 없었다"며 2019년 6월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회동을 그 예로 거론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비무장지대에서 김정은과 사진 찍을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사진촬영과 그에 대한 언론 반응에 상당한 방점을 두는 것"이라며 "그런 회동이 미국의 협상 위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는 관심이 거의 없거나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3일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을 출간할 예정이다.
회고록 출간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소송을 걸자 전날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CNN방송 등 주요 언론에 회고록 주요 내용이 일제히 보도됐다.

ABC방송의 볼턴 전 보좌관 단독 인터뷰는 일요일인 21일 저녁 보도될 예정이었는데 주요 언론에 회고록 내용이 보도되면서 인터뷰 일부만 미리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미친 존 볼턴이 '디페이스 더 네이션'(Deface the Nation)에 나가 북한을 위해 리비아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을 때 다 망했다. 나와 잘 지내고 있었던 김정은은 그의 미사일처럼 분통을 터뜨렸고 당연한 일이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는 볼턴을 근처에 두고 싶어하지 않았다. 볼턴의 멍청하기 짝이 없는 모든 주장이 북한과 우리를 형편없이 후퇴시켰고 지금까지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냐고 물어봤다. 그는 답이 없었고 그저 사과했다. 그게 초기였다. 그때 해임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 트윗은 장기간 협상 교착을 면치 못하는 북미관계의 책임을 볼턴 전 보좌관에게 돌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가 이어지고 있었으나 볼턴 전 보좌관이 '선 핵폐기'를 골자로 한 리비아 모델을 내세우는 바람에 김 위원장이 분통을 터뜨리고 북미관계에 진전이 없었다는 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볼턴 전 보좌관을 해임했을 때도 볼턴 전 보좌관의 리비아 모델 언급을 문제 삼으며 비난했었다.

한편 본지는 지난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회담 결렬 원인으로 김 위원장 측에서 선제적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안했지만 볼턴이 다른 곳의 학문용도로 사용되는 핵관련 시설 등의 폐기까지 요구하는 일명 리비아식 모델을 불쑥 꺼내들면서 회담장 분위기가 급랭하면서 중단됐다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볼턴이 회담을 깼다는 본지의 기사를 트럼프가 이번에 공식 처음 확인해준 셈이다. 그동안 트럼프는 당시 회담 결렬의 원인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