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에서 사격했더라면 많은 사람이 희생됐을 것이다"

광주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기총 사격에 대해 전두환 씨가 강력하게 부인했다.

전날(27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고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관련 재판에 두번째 출석한 자리에서다. 

전 씨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에서 기총 사격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 조비오 신부의 증언에 대해 '파렴치한 거짓말'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7일 전두환 씨와 부인 이순자 씨가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해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전 씨는 검찰의 공소장 낭독 후 재판장이 공소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하자 "내가 알기로는 당시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런 무모한 짓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가, 중위나 대위가 헬기 사격 안 했을 것으로 나는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전 씨는 변호인을 통하지 않고 재판이 시작된 이후 처음 입을 열고 혐의를 부인했다.

전 씨는 재판 내내 꾸벅꾸벅 졸아 부인 이순자 씨가 물을 먹여 깨우는 모습도 목격됐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25분쯤 서울 연희동 자택을 출발, 낮 12시 19분 광주지법 법정동 건물 앞에 도착했다. 지난해 3월 11일 첫 재판에 출석한 지 1년 1개월여 만에 두 번째로 광주를 방문한 것이다.

전 씨는 부인 이순자 씨와 함께 고급 리무진 승용차 뒷자석에 타고 법원 후문으로 들어와 경호원들이 문을 열어주자 차례로 내렸다.

코로나 사태로 전씨 내외는 마스크를 쓰고 차에서 내려 10m가량 걸어 건물로 향하는 동안 언론으로부터 "왜 반성하지 않느냐. 왜 책임지지 않느냐"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아무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 경호원들은 한 기자가 질문을 하자 거칠게 밀어냈다. 전씨는 지난해 법정 출석 때는 기자의 질문에 '왜그래'라며 불만섞인 투로 말한 바 있다.

이날 전 씨는 재판 도중 고개를 떨구며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전 씨의 재판에는 부인 이순자 씨도 함께 동행했다.

이날 전씨의 재판과 5월을 앞두고 법원 앞에서 퍼포먼스 행사가 열렸다. 전두환 씨가 무릎을 꿇고 철창에 갇힌 모습을 한 조형물이 법원 앞에 등장했다. 시민들은 전 씨의 뺨을 때리거나 뽕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등 울분을 표출했다.

군복 차림의 전두환 씨가 목에 오랏줄이 묶인 채 무릎을 꿇은 모습을 한 조형물은 지난해 12월12일 12.12 군사 쿠데타 날에 맞춰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에 의해 등장했었다.

이 조형물은 옛 전남도청 앞에 놓여질 예정으로 알려졌다. 옛 전남도청 앞은 5.18 당시 치열한 시민들의 저항이 전개됐고 계엄군이 진압작전을 전개하며 시민들을 향해 콩볶듯하는 총성을 가한 곳이다. 

한편 법원 주변에는 광주 5.18 관련 시민단체 회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시민들은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방청권을 미리부터 배부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