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전례없는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WTI) 원유는 배럴당 -37.63달러에 마감됐다. 전 거래일 마감가(18.27달러) 대비 300% 넘게 폭락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충격으로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선물 거래 만기일(21일)이 겹치고 공급과잉 상황이 지속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요가 크게 줄면서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 비회원 산유국 연합체인 OPEC+는 5~6월 하루 97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지만 코로나 영향을 벗어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4월 원유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하루 2900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만기일 이벤트가 겹치자 근월물(5월물)보다 결제월이 먼 원월물(6월물) 가격이 높아지는 콘탱고 현상이 극심해졌다는 것이다.

원유 저장 공간이 고갈되리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15일 미국 EIA(에너지정보청)은 지난주 원유 재고량이 한 주 사이 1925만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1100만 배럴대)를 크게 넘은 것이다.

로버트 요거 미즈호 증권 에너지 담당자는 "앞으로 몇 주 동안 공급량이 저장고를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유 재고 수준이 현수준으로 상승하면 미국의 재고량은 2주 안에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이 계속되면서 재고량은 매일 차고 넘치면서 세계적인 수급 불균형 문제가 가격에서 실제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장할 곳이 없어지자 WTI 선물 구매자들이 차월물인 6월물 선물 계약으로 갈아타는 이른바 '롤오버'에 나섰고, 그 결과 5월분이 마이너스대로 폭락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마켓워치는 이날 가격은 분명히 약세였지만, 선물 시장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도했다. 5월물 계약에서 구매자들의 움직임이 반드시 수급 펀더멘털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6월물은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25.57달러를 나타냈다. WTI의 마이너스 가격대는 매우 특수하지만 선물 계약 만료 시 종종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마켓워치는 설명했다.

6월물 WTI는 배럴당 18% 내린 20.43달러에 마감했다. 12월물은 32달러를 넘었다. 

하반기 팬데믹(전 세계적인 대유행)이 촉발한 셧다운(봉쇄) 조치가 종료하고 원유 수요가 살아나는 등 경제가 회복하리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