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낙선하고도 아름다운 여운을 남긴 낙선한 승리자들이 있다.
대구 수성갑에서 분전하며 40%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페이스북에 낙선 인사를 올렸다.

코로나 피해가 가장 컸던 대구에 여권 성향의 인사들이 코로나 초기 대구를 향해 막말을 퍼부으며 대구시민의 반감과 지역감정을 되살려내며 겸손한 신사, 민주화를 위해서는 투사가 되기도 했던 괜찮은 사람 김부겸도 벽을 넘지 못했다.

4.15 총선이 끝난 뒤 서울 강남구 수서동 수서역 인근에서 낙선한 전현희 의원의 선거운동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선거운동을 위해 즐겁게 내걸렸던 홍보현수막이 용역들에 의해 찣겨지듯 철거되는 모습에서 냉철한 정치세계를 보는듯 하다.

김부겸 후보는 낙선 인사에서 "저의 부족함 때문이다.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대구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죄송하다"고 인사를 했다.

김 후보는 "오늘의 패배를 제 정치 인생의 큰 교훈으로 삼겠다. 대구에 바쳤던 제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라며 "지역주의 극복과 통합의 정치를 향한 제 발걸음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포기하지 않았다.

김 후보는 "다시 일어서겠다. 오늘은 비록 실패한 농부이지만, 한국 정치의 밭을 더 깊이 갈겠다. 영남이 문전옥답이 되도록 더 많은 땀을 쏟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일어나 여러분 곁에 서겠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의연히 나아가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집권 여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마무리했다.

보수의 텃밭인 서울 강남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깃발로 2선에 도전했지만 정권심판론이 먹히며 보수회귀 바람에 고배를 들었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 강남을 선거구에서 당선되면서 기염을 토했던 전현희 의원은 2선 도전의 꿈을 실현하지 못했다. 

"우리 딸 도와주세요, 효녀 딸 전현희에게 강남에서 일할 기회 주세요"라며 팔순을 훌쩍 넘긴 모친의 눈물겨운 호소도 무위로 끝났다.

강남바라기, 강남가족이고자 했던 전현희 후보에게 강남은 아직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일까.

전현희 후보는 투표 당일인 15일.
4년 전과 같지 않았음을 알았을까. 전현희 후보는 전현희에게 소중한 한 표를 부탁드린다.
마지막 순간까지 절박한 마음을 담아 호소드린다는 전현희의 호소는 끝내 전 후보에게 2선을 허락하지 않았다.

전현희 후보는 17일 페이스북에 '전현희의 강남가족분들께 드리는 편지'글을 통해 낙선 인사를 했다.

전 후보는 " 지난 4년간 강남가족분들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눈부셨고 행복했다. 소중한 시간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감사인사로 시작했다.

전 후보는 "제가 시작하여 진행중인 많은 강남지역사업들을 잘 마무리하여 강남가족분들께 더나은 강남(을)의 완성으로 보답드리고 싶었는데 4년은 짪았나보다. 마무리까지 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했다.

전 후보는 "박진 후보님의 당선을 축하드리며, 진행 중인 사업들을 잘 마무리하셔서 더나은 강남(을)을 완성시키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4년동안 동고동락하고 함께했던 소중한 분들, 마치 자기 일처럼 밤낮없이 저의 당선을 위해 함께 뛰며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저의 부족함이 그저 송구할 따름이다. 평생 그 고마움 마음 속 깊이 간직하겠다"고 했다.

전 후보는 "3선이 되어 중진의원이 되면 어떤 정치를 하고 싶냐고 질문 받으면, 망설임 없이 통합과 화해의 정치를 하고 싶다. 정치가 삶을 피폐하게 하지 않고 우리네 삶을 위로하고 문제를 야기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그런 정치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잠시 쉬지만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정치는 포기하지 않겠다. 저 때문에 마음 아파하실 모든 분들께 ‘전현희는 괜찮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시련을 이겨내고 씩씩하게 새로운 내일 시작하겠다"고 인사했다.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인천 연수을에서 낙선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금. 그 어떤 말이 필요하겠나. 믿어주고 손잡아주신 분들께 죄송함 뿐"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부족했던 지난 3년 더 갈고 닦아 채우겠다"고 짧게 인사했다. 이 의원은 18일 KBS의 시사직격 '6번의 도전, 6번의 눈물'에 나왔다. 지지자들과 새벽부터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 의원은 개표방송을 지켜보다 패배가 굳어지자 지지자들에게 차차 찾아뵙고 인사드리겠다며 아쉬운 발걸음을 뗐다.

이 의원은 18일 밤 늦게 "제게 문자가 쏟아지고 있다. 선거 끝나고 한번도 울지 않았던 저를 왜 울리시나요. 이 문자들 때문에 저의 휴식이 끝났다. 벌떡 일어나 더 힘차게 뛰겠다"고 다시 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명진 스님은 선거 기간 중 유세 지원을 위해 강원도에서 새벽 6시에 일어나 한걸음에 달려와 이 후보에 대해 소개한 이정미 후보의 가치를 언급했다.  

명진 스님은 "6411번 새벽 버스를 타고 강남 테헤란로 금융계 거리에 가서 빌딩 청소하는 분들,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들의 아픔과 설움과 혼을 잡으려고 애쓰다 돌아가신 노회찬의 정신이 살아있는, 잘 살고 잘 먹고 잘 누리고 살던 사람들의 대표가 아닌 진정으로 어렵고 고통스럽고 힘들고 눈물 흘리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