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 당선자 300명 가운데 1/3에 가까운 숫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 고발돼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4.15 총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검찰 수사가 본격 착수되고 입건 대상자도 상당수에 달해 21대 국회는 출발도 하기 전에 요동칠 전망이다. 국회의원선거사범 공소시효는 6개월이어서 검찰수사도 빨라질 수 밖에 없다.

선거법상 징역형 이상이나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7명이 의원직을 상실한 바 있다.

대검찰청 공공수사부(부장 배용원 검사장)는 총선 개표가 한창 진행 중이었던 15일 밤 기준으로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중 94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불기소 처분은 4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명은 수사 중이다.

당선자 입건 사유는 죄질이 나쁜 상대후보 흑색선전이 62명(66%)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입건대상자도 금품수수 5명(5.3%), 여론조작 3명(3.2%), 기타 24명(25.5%) 등 혐의가 가볍지 않다.

선거가 끝남에 따라 입건 대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19대와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전체 선거사범 중 각각 57.4%, 54.7%가 선거일 후 입건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검찰은 16일 전주을 지역구에서 당선(득표율 62.54%)된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후보 사무실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 당선인 선거캠프 소속인 한 기초의원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문자메시지를 한꺼번에 대량 발송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갑에서 당선된 박성중 미래통합당 의원도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지역구민과 번개미팅에서 식사 제공을 했다는 사안을 조사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은 당내 경선 경쟁 후보로부터 여론조사 조작 의혹으로 고소된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당선인(서울 성북갑)의 선거사무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김 당선인은 지난 2월 당내 경선 중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과정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위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연령대와 지역별 조사가 마무리됐다는 정보를 입수해 응답자들에게 연령대와 지역을 답하도록 했다고 여론조작 혐의로 같은 당 유승희 의원 측으로부터 고발당했다.

김 당선인은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관을, 문재인 정부에서 비서관을 지내 ‘친노‧친문’ 인사로  60.9%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5일 총선에서 투표를 한 뒤 선거사범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공공수사부 간부들과 식사를 함께했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정.검 분리를 강조하며 검찰의 생명인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고 원칙대로 수사를 진행하도록 강조했다.

윤 총장은 "'정치적 중립'은 펜으로 쓰면 잉크도 별로 안 드는 다섯 글자이지만 현실에서 지키기가 어렵다"며 “국민들께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어려운데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취임 당시부터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원칙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이번 지시는 선거사범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검찰수장으로 검찰이 정치권에 휘둘리지 말고 정도를 갈 수 있도록 강조한 것이란 분석이다. 선거 사범 숫자가 많아 짧은 공소시효 내에 수사를 마치려면 현행 검찰 인력으로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윤 총장은 21대 총선을 2달 앞둔 지난 2월 열린 전국 지검장회의에서도 "선거범죄에 대한 엄정한 수사는 정치 영역에 있어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고 우리 헌법 체제의 핵심인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총장의 엄정한 수사 강조 영향으로 20대 총선보다 선거사범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로 대면 접촉 선거운동 대신 온라인을 통한 선거운동이 많았던 것도 일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번 총선에서 지금까지 입건된 선거사범은 총 1,270명으로 20대 총선 당시의 1451명 보다 12. 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권 일부에서는 윤 총장의 거취를 묻는 질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수의학과 교수로 조국 사태 때 정치권에 끼어든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대표는 SNS를 통해 서초동 촛불시민들을 거론하면서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우 대표는 총선 다음날 이같은 주장을 펴 국민이 모아준 뜻을 왜곡해 오만방자한 태도가 아니냐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