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월에 개최되는 2020년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한국 언론들은 싸움구경 난듯 온갖 소설을 쏟아내고 있지만 재벌 경제를 오랜 기간 관찰하고 연구한 전문가들은 '스스로 검찰 자체 개혁에 나선 이후 검찰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바꿔 놓은 것'에 비교하면서 한진칼 주총에서 벌어질 '투명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 경쟁이 재벌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전문가 A씨는 "해방 이후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 항공산업을 부흥시키며 적자상태의 공기업을 인수해 기적적으로 세계유수의 항공사로 우뚝선 ‘대한항공’을 두고 창업자 3세들이 벌이고 있는 경영권 갈등은 단순히 자리를 차지하기 이전투구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항공사로써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시도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재벌가에서 일어났던 자식들간 경영권 전쟁과는 사뭇 다른 형태로 세계적인 항공사에 걸맞는 진용을 갖추기 위한 전문적인 실력을 갖춘 능력있는 인사들을 등용시키고 오너의 일방적인 경영방식이 아닌 투명경영과 소통을 강화하며 임직원들도 단순 고용인이 아닌 주인의식을 갖도록 격려하는 노사문화까지 개혁한다면 생각보다 큰 영향력으로 한국재벌가의 셀프개혁을 이끌어 낼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부친 보다도 창업자인 조부 조중훈 전 회장의 경영방식을 빼닮았다고 평가받는 조원태 회장이 개혁에 앞장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여러 분야의 인물들과도 원활한 교류도 한몫 하듯 언론도 대체로 호의적이다.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세계적인 물의를 일으키고 충격적인 ‘갑질’ 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은 조현아 조현민 남매와 모친인 이명희 여사의 사건으로 위기를 맞기도 한 대한항공을 묵묵히 이끌어 가며 안정화 시킨 조원태 회장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인 분위기다.

어릴 적부터 항공사 가문이라는 특유의 가풍 속에서 자라며 창업자 조부로부터 가르침도 큰 영향을 받고 자란 것으로 알려진 조 회장은 "새로운 경영은 투명경영과 미래를 내다보는 인적 투자, 소통 강화로 임직원의 주인의식이 발현되는 서비스로 친화력 높은 대한항공으로 거듭 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속에서도 중국 우한에 교민 이송을 위한 특별 전세기에 직접 탑승해 다녀온 것도 보여주기가 아닌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임직원과 국민에 대한 새로운 경영자로서의 면모를 직접 보여주며 실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가오는 한진칼 주총은 조원태 회장의 새로운 경영방식이 무난하게 추인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많다.

항공분야 경험이 많은 전직 조종사 노조 관게자는 "남매간 갈등이나 허접한 자리 다툼을 전문경인 체제로 둔갑시켜 세상을 기만하는 불온한 세력에게 항공사라는 주요 기간산업과 고도의 전문화된 시스템이 넘어가 자칫 대형사고라도 일어난다면 어떻겠는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며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의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구성원들은 외부의 사모펀드 개입에 반대하고 나섰다. 사무직과 정비 등 2만여명에 이르는 대한항공 직원들은 경영안정과 기간산업이면서도 서비스업인 항공사 특성상 이미지의 중요성을 감안해 조원태 회장 체제의 지지를 선언했다. 

한편 ‘한진칼’주주총회는 오는 3월25일로 확정됐다. 다만 개최장소와 시간은 아직 미정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