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12일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 대선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시장직'은 걸지 않았다.

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12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상급식 주민투표 승패에 따라 서울시장직 사퇴여부에 대해서는 입장발표를 유보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밝혀왔다. 

오 시장은 그동안 대선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이번 주민투표에 대한 진정성을 알리는 방안과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거는 방안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다 결국 시장직을 걸지말지에 대해서는 결정을 미뤘다.

이와관련 그는 "작년 지방선거에서 저를 선택해주신 서울시민 유권자 여러분의 엄중한 뜻 때문에 시장직을 사퇴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며 "시의회 4분의 3과, 구청장 5분의 4가 야당을 선택하면서도 시장만은 저를 선택한 무언의 지상명령이 이번에 제가 쉽게 시장직 거취를 주민투표 결과와 연계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또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서는 개인의 정치 행보와 연관되는 부분이므로 혼자서 결정할 수 있지만 시장직과 연계하는 것은 한나라당, 서울시 여당 국회의원들과 깊은 논의를 선행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두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주민투표 승리를 위해 일정거리를 유지해온 여권의 적극적인 지지를 끌어내고 주민투표에 임하는 진정성을 제고했다고 보고 있다. 

오 시장의 주민투표에 대해 잠재적 대권경쟁 관계였던 김문수 경기지사와 친박계로 당내 서열 2위격인 유승민 최고위원 등은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는데 대권경쟁이라는 미묘한 관계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더구나 청와대의 지지까지 얻어냈고 이재오 특임장관은 전화를 걸어 "좋으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격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시 주변에서는 오 시장이 대선불출마와 시장직 사퇴여부 표명은 시민들이 뽑아준 데 대한 배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댔지만 야권 등에서는 진정성있게 보는 시각이 많지 않다.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지 않을 경우 2단계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24일 주민투표가 임박한 시점까지도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 조성과 투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지 않을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시장직 사퇴 선언 카드를 내밀 수 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의 최측근인 서울시 한 관계자는 "당초 오 시장이 대선불출마와 시장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동시에 거는 방안을 고민했다"며 "오 시장이 우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주민투표를 둘러싼 논쟁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에 서울시장직 사퇴라는 최후의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 시장은 대선 불출마 선언 카드를 던진만큼 일단 투표율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대대적인 투표 불참 운동을 전개가 먹히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개표에 필요한 주민투표 성립을 위한 최소 투표율(33.3%) 달성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전격적으로 시장직 사퇴 카드를 다시 뺄 가능성을 남겨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장직을 걸 경우, 주민투표 패배에 땨른 시장직 사퇴로 재보선을 치러 야당인사가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기가 쉽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는 수도권 한나라당 의원들과 청와대에겐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