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 황태자로 불렸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이 12일 노 전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YS)에게 준 대선자금 3000억원과 관련한 녹취 내용을 필요에 따라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이날 아침 방송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집중점검 - 노태우 전 대통령 회고록 작성배경과 비자금 폭로의 진상" 코너에 출연, "YS 측에서 계속 부인하고,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공격해온다면 진실을 밝힌다는 의미에서 (노 전 대통령이) 옥중에서 쓴 수십 건의 메모철이라든지 녹음테이프, 이런 것이 당연히 공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또 "(노 전 대통령이) 구속돼서 재판을 받을 당시, 한영석 전 민정수석 비서관이 YS의 비서실장에게 '이런 녹음테이프가 있는데 2년여 안에 석방을 안 시키고 고생시키면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을 통보한 사실도 있다고 들었다"며 "YS 측도 녹음테이프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당시 녹음테이프를 공개하지 않은 것과 관련 "직전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이 진흙탕 싸움하는 것은 국내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는 게 노 전 대통령의 생각이었고, '곧 선처되지 않겠는가'하는 기대에서 그 당시 공개를 막은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의 일상적인 녹음인지, 특수 상황을 의식한 의도적인 녹음인지 여부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청와대에서의 전화내용이나 대화내용은 국가원수의 일정이니까 상당히 녹음을 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YS 측의 '당의 공식 선거자금'이란 주장에 대해 "맞지 않는 얘기"라며 "YS의 책에도 나오듯 (YS가) 요청한 것"이라며 "당으로 가면 당의 공식선거자금으로 쓰여져 수입과 지출이 다 나왔을 텐데, 그동안 전혀 나온 게 없지 않은가"라고 반박했다.

박 전 장관은 이번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발간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지금 노 전 대통령에게는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며 "3당 통합을 통해서 제2야당의 총재에 불과했던 YS가 대통령이 된 기반을 마련했고, 또 엄청난 물량적인 지원을 했는데 뒤에 배신당해서 투옥돼 감옥생활까지 했다. 그런 분에 대해서 누가 좋은 평을 하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적인 동기는 없고, '역사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이 나라 권력운영도 이제는 투명해져야 하고 정치도 깨끗해야 선진사회에 진입할 수 있다'는 노 전 대통령의 집념에 회고록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