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때 같이 고생했다, 금융권을 장악하기 위해선 유재수가 필요해 ~"

유재수 전 부시장은 조국 전 장관과 모르는 사이라고 밝혔는데 감찰이 중단되고 공직자 비위는 수사 의뢰하는 원칙이 무너졌던 이유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유재수 감찰 무마 중단의 배경이 검찰 수사결과를 담은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 20일 국회를 통해 공개된 공소장을 보면 2017년 10월 당시 친문계 인사들이 어떻게 구명운동을 했는 지 핵심적인 상황이 자세하게 나온다.

20일 국회 법사위 주광덕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 감찰 무마를 지시한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공범은 적시되지 않았지만 백원우 전 비서관과 구명전화를 한 친문계 인사들이 추가로 소환 조사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조게에서는 "구명전화는 김영란법 등에 금지사항으로 규정된 부정청탁에 해당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구명전화를 한 관련자들은 범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조 전 장관 4차례 문서형태로 보고 ,,, 처음엔 "직접 감찰하라" 지시 = 조 전 장관이 2017년 11월 청와대 특별감찰반으로부터 유 전 부시장 비위 사실 보고받고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직접 감찰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 비위 사실 첩보 사안이 중대하며 금융위에 자체 감찰을 맡길 경우 감찰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같이 조처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특별감찰반은 유 전 부시장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하는 등 감찰 조사를 진행해 유 전 부시장의 금품수수 등 중대 비리 혐의를 확인했다.

유 전 부시장은 윤건영 당시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 김경수 국회의원(현 경남도지사),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이 중 천 행정관하고는 금융위 고위직 인사 문제를 협의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는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조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 

조 전 장관은 감찰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박 전 비서관으로부터 '감찰 착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문답 조사결과' '혐의 내용 및 향후 조치계획 보고' 등 감찰 단계별로 4회 이상의 서면보고를 통해 유 전 부시장의 비위 혐의를 직접 보고받았다. 조 전 장관이 경징계로 마무리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 유재수는 참여정부 사람, 아는 사람인데 잘 봐달라 = 청와대 안팎의 친문 인사들로부터 구명 전화가 나오기 시작했다. 유 전 부시장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이 시작된 시점부터 윤건영 전 국정상황실장과 김경수 경남지사, 천경득 선임행정관 등에게 ‘억울하다’는 취지의 구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특별감찰반의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서는 미루다가 병가를 내며 불응했다.

유 전 부시장의 구명청탁을 받은 관련자들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에게 유 전 부시장은 참여정부 시절 우리와 함께 고생한 사람이라며 구명 작업을 시도했다. 검찰은 구명운동의 주 대상은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었다고 적시했다.

백 전 비서관은 박형철 전 비서관에게 '유 전 부시장을 봐주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에 박 전 비서관은 거절했고 "수사 의뢰까지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계속해야 하고, 혐의 내용도 중대해질 상황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최소한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이나 관계기관에 이첩이라도 했어야 했다고 봤다. 

당시 조 전 장관은 참여정부 출신인 친문 인사들로부터 유 전 부시장 감찰 건에 대한 문의를 받는 등의 상황이었다. 조 전 장관은 박 전 비서관에게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했던 것으로 적시됐다.

결국 조 전 장관은 2017년 12월 감찰중단을 결정했다. 그는 박 전 비서관에게 "유 전 부시장이 사표를 낸다고 하니 감찰을 더 할 필요가 없다" 감찰이 없었던 것처럼 관련 서류폐기도 지시했다.

또 김용범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에게 유 전 부시장의 구체적인 비위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검찰은 이 행위를 금융위의 소속 공무원에 대한 감찰 등 권리행사 방해로 보았다.

조 전 장관은 ‘정무적 판단’에 따른 조치이지 법률 위반 행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17일 기소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후적으로 볼 때, 민정수석으로서 정무적 판단에 미흡함도 있었다”며 “감찰 종료 후 보고를 받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조치를 결정한 것이 직권남용이라는 공소사실에 대해서 (법정에서) 그 허구성을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공소장이지만, 현 정부 핵심인사들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명운동을 벌였다는 사실이 기재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조사로 이어질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