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부동산대책이 나온 지 2주를 맞으면서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시세보다 최고 2억∼3억원 떨어진 급매물이 나왔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15억원 이상 아파트 대출 중단에 이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합헌 결정의 트리플 압박에 부동산 상승이 하락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그러나 대출 규제가 없는 서울 비강남권과 수도권은 9억원 이하의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실거래가도 상승하고 있다.

◇ 잠실 주공5단지 최고 2억∼3억원↓ =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셋값이 낮은 일부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서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49㎡는 지난 주말 19억7000만∼19억8000만원 대의 매물이 나왔다. 12·16대책 이전 1층 시세가 21억8000만원이던 것에 비하면 2억원 이상 하락한 것이다.

대책 발표 직전만 해도 최고 23억5000만원을 호가하던 로열층 역시 현재 20억원으로 3억원 이상 떨어졌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이어 '12.16 대책'으로 15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이 전면 금지된데다 헌법재판소의 '재발초과이익 환수제' 합헌 결정이 영향을 미쳤다.
 
잠실에서는 12.16대책 발표 이전 하루 1건 이상 매매되던 것이 대책 발표 이후 매물이 뚝 끊겼다.

그러나 잠실 주공5단지의 전세가는 현재 전용 76㎡가 3억∼3억5천만원 선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15% 선에 불과하다.

종전에는 집값의 최대 40%까지 대출이 가능해 전세를 끼고도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12·16대책 이후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대출이 전면 중단되면서 갭투자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강남구의 재건축 대상으로 잠실 주공 5단지와 비슷한 시세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일부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아파트 전용 76.79㎡는 대책 발표 직전 20억5000만∼21억원이던 것이 지금은 이달 말 잔금 조건으로 최대 1억원 낮춘 19억8000만∼19억9000만원짜리 급매물이 나왔다.

내년까지 2년 거주요건을 못 채우는 사람들이 80%의 장기보유 특별공제(장특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시세보다 싸게 내놓은 것들이다. 이번 12·16대책으로 2021년부터는 거주기간에 따라 장특공제 혜택이 차등 적용됨에 따라 장기 거주가 어려운 사람들이 서둘러 내놓는 것이다.

실제 이 아파트 전용 76㎡의 경우 지난 여름 4억원대에 머물던 전셋값이 입시제도 개편,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의 여파로 최근 6억원까지 올라 반년 만에 1억∼2억원 이상 뛰었다. 지난 주말에는 6억 8000만원짜리 전세 물건도 등장했다.

최근 일몰제로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서초구 잠원동의 신반포12차에도 시세보다 소폭 가격을 낮춘 매물이 나왔다.

이 아파트 114㎡(전용면적 105㎡)는 12.16 이전 21억원이던 것이 20억5000만원으로 낮춘데 이어 지난 주말 20억2000만원짜리 매물도 등장했다.

2017년 말 가까스로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재초환을 피해갈 것으로 예상됐던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1·2·4주구는 현재 재건축 관리처분인가 총회 무효 소송 결과에 따라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대상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 9억원 이하 일부 '풍선효과'도 = 재건축 뿐만 아니라 강남권 고가 아파트들도 대체로 대책 발표 이후 매수문의가 줄고 거래도 급감한 상태다.

입주 10년이 지난 잠실 리센츠·엘스 등은 5000만∼1억원까지 가격 조정이 가능한 매물이 나오고 있고 강동구 고덕·둔촌동 일대 역시 매수세가 눈에띄게 줄었다. 

이에 비해 일부 서울 외곽과 수도권의 9억원 이하 아파트에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구 신당동 청구e편한세상 전용 84.95㎡도 지난달 초 11억8천만원에 팔렸으나 이달 23일에는 이보다 5000만원 뛴 12억3000만원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