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유재수 감찰 무마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 법원이 27일 새벽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죄질이 좋지 않고, 범죄(직권남용) 혐의가 소명되는데도 피의자가 일부 범행 경위와 범죄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법원은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사정 등에 비춰 보면 증거를 인멸할 구속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권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가 후퇴됐고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 부장판사는 다만 "피의자의 사회적 지위, 영장실질심사 당시의 진술 태도, 배우자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구속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정경심 씨가 구속된 점을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고려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범행 당시 피의자가 인식하고 있던 유 전 부시장의 비위 내용, 유 전 부시장이 사표를 제출하는 조치가 이뤄진 점, 피의자가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범행을 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춰보면 구속해야 할 정도로 범행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구속 영장이 기각된 것과 관련 법원이 논리적 모순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죄질이 나쁘고 범죄가 소명됐다고 인정하고도 구속영장은 발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부가 구속되는 점에 대해 재판부가 부담을 느꼈다는 지적이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구속된 점을 감안했다는 게 눈에 띈다.

앞서 법원은 전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4시간 20분 동안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조 전 장관도 법원에 들어가기 전 혐의와 관련해서는 발언하지 않고 가족이 수사를 받은 점을 강조하며 법리가 아닌 인간적인 감정에 호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조 전 장관은 122일 만에 포토라인에서 처음 서 "첫 강제수사 이후 122일이다. 그동안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검찰의 끝이 없는 전방위적 수사를 견디고 견뎠다. 혹독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검찰의 영장 신청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혐의 적용을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이 신청한 혐의 내용에 대해 법원은 "범죄가 소명됐고 죄질이 나쁘다. 법치주의를 후퇴시켰다"고 인정했다.

일각에서는 부인이 조국을 구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영장전담재판부가 논리적 모순이란 지적을 감수하면서도 부부를 구속할 만큼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것이 이같은 해석을 뒷바침한다.

조 전 장관은 법정 안에서도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고, 죄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법정에서는 구속될 수 있음을 예감한 듯한 발언을 했다. 조 전 장관은 "부부가 구속되면 자녀를 돌봐야 하고 생계가 곤란하다"며 읍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지난 2017년 말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의 유재수 감찰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의 뇌물수수 등 비위 사실을 파악하고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키고, 유 전 부시장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 해 금융위의 자체 감찰 및 징계 권한을 침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기각에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은 조 전 장관의 범죄 혐의가 모두 인정되고, 직권을 남용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 아니라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하는 등 죄질도 나쁘다"며 검찰의 영장 청구 취지를 그대로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검찰은 범죄의 전모를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강 수사를 통해 영장 재청구 가능성도 남겨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