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명언을 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전 대우인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김우중 전 회장이 9일 밤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1시50분 영면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부터 건강악화로 1년여간 투병생활을 해왔다. 최근에는 건강이 급속히 악화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며 평소 뜻에 따라 연명치료는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세계경영으로 유럽 등에 대우의 이름을 새기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그룹이 해체되고 세계경영의 신화가 무너지면서 분식회계와 탈세 혐의를 받으며 해외로 나가 오랜시간을 보냈다.

베트남을 무대로 미래세대인 청년 육성에 주력하며 재기를 도모했다. 지난해 말 건강 악화로 귀국했다.

김 전 회장은 아주대를 설립했고 사재를 털어 설립한 아주대부속병원에서 그룹이 해체된 지 20년 만에 눈을 감았다.

파란만장한 삶, 대우신화에서 탈세범으로 = 1936년생인 김 전 회장은 대구가 고향으로 대우신화를 일군 존경받던 기업인에서 외환위기 직후 정경유착과 분식회계, 탈세로 기업의 이면을 보여주며 부도덕한 경영인으로 추락하며 격동의 시대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한국전쟁으로 부친이 납북되고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상경해 당시 명문 학교인 경기중과 경기고를 나왔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66년까지 섬유회사인 한성실업에서 일하다 만 30세인 1967년 자본금 500만원, 직원 5명으로 대우실업을 설립했다. 대우실업은 훗날 대우그룹의 모태가 됐다.

45세 때인 1981년 대우그룹 회장으로 세계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전세계를 누비며 1999년에는 자산규모 기준으로 현대에 이어 국내 2위로 키운 한국경제의 1세대다.

1990년대 해외진출에 주력하며 1998년 대우의 수출액은 186억 달러로 당시 한국 총 수출액(1323억 달러)의 14%를 차지했다. 

자동차는 대우그룹의 몰락을 재촉했다. 1998년 당시 대우차-제너럴모터스(GM) 합작 추진이 흔들린 데다 회사채 발행제한 조치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대우그룹은 41개 계열사를 4개 업종, 10개 회사로 줄인다는 내용의 구조조정도 위기를 넘어서지 못한 채 1999년 8월 모든 계열사가 워크아웃 대상이 되면서 해체됐다.

아울러 김 전 회장은 21조원대 분식회계와 9조9800억원대 사기대출 사건으로 2006년 1심에서 징역 10년, 추징금 21조4484억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징역 8년6월, 추징금 17조9253억원으로 감형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김 전 회장은 그룹 해체 이후 과거 자신이 시장을 개척한 베트남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머물며 동남아에서 인재양성 사업인 '글로벌 청년 사업가(GYBM. Global Young Business Manager)' 프로그램에 주력해왔다.

고인은 지난해 8월 말 베트남 하노이 소재 GYBM 양성 교육 현장을 방문하고 귀국한 이후 건강이 안 좋아져 통원 치료를 하는 등 대외활동을 자제해오다 12월 말부터 증세가 악화해 장기 입원에 들어갔다.

김 전 회장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은 지난해 3월 열린 대우 창업 51주년 기념행사가 마지막이다. 대우그룹 임직원들은 1999년 그룹 해체 이후에도 매년 창업기념일에 기념행사를 진행해왔으며 김 전 회장을 포함해 300여명이 참석해 왔다.

대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청년들의 해외진출을 돕는 GYBM 교육사업의 발전적 계승과 함께 연수생들이 현지 취업을 넘어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체계화해줄 것"을 유지로 남겼다고 밝혔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은 부인 정희자 전 힐튼호텔 회장, 장남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 차남 김선용 ㈜벤티지홀딩스 대표, 장녀 김선정 (재)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사위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등이 있다.

빈소는 아주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고 10일 오전 10시부터 조문을 받는다.

영결식은 12일 오전 8시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 장지는 충남 태안군 소재 선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