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이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이 청와대 첩보 전달 이후 경찰과 만나 가명으로 참고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가명으로 진술한다는 것은 수사 원칙상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청와대 하명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경찰 조사를 받아본 사람들은 지나가는 소가 웃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위한 하명수사 선거개입 논란 속에 송철호 당시 민주당 후보와 송병기 울산시부시장은 지난해 1월 경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6월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접촉한 사실이 드러났다.

송 시장은 청와대와 공공병원 설립과 관련해 논의했다. 이후 송 시장은 "울산 시민 숙원사업인 울산 공공병원을 설립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선거공약을 조율했다는 야당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보다 앞서 송 부시장은 2017년 10월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 문모 선임행정관에게 김기현 전 울산시장 첩보를 전달했다.

청와대와 송 부시장이 모두 첩보 제보자 신분을 숨기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제보자가 SNS로 제보해 (숨진 민정수석실 A수사관이 아닌) 균형발전비서관실 행정관이 이를 편집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했다"고 밝히면서도 제보자가 누구인 지는 밝히지 않았다.

고 대변인은 "자체 조사결과 정당 소속이 아닌 공무원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시간 뒤 제보자가 송 부시장으로 드러났고 송 부시장은 청와대 (문모 행정관)가 먼저 요구했다고 밝혀 고 대변인의 발표가 순식간에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고민정의 해명은 안하니만 못한 오발탄을 날린 꼴이 됐다.

청와대가 누구인 지 알면서도 이를 밝히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게 되자 다음날 윤도한 청와대 홍보수석은 "동의를 받지 않았고 누구인 지 밝혔다면 그게 위법"이라고 했다.

고 대변인의 해명과 달리 송 부시장은 지방선거 전 송철호 후보 캠프에 합류한 송 시장의 최측근 중 한명으로 후에 부시장으로 발탁됐다. 선거캠프에 합류해 인수위원회 간부를 거쳐 당원보다 더 특급대우를 받고 부시장으로 영전된 공무원을 '정당 소속은 아닌 공무원이다'라는 말을 고민정 대변인은 애써 강조했다.

경찰은 송 부시장이 신분 노출을 꺼렸기 때문이라고 가명을 사용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는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는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오히려 청와대와 송 부시장, 경찰(당시 수사 울산경찰청장 황운하)이 모두 선거개입 논란을 피하고자 신분을 숨기려 한 것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가명으로 진술한다는 것은 수사 원칙상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청와대 하명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로 수사의 기본인 ABC에도 크게 벗어난다.

특히 경찰에서 조사를 받아 본 경험자들은 조소를 금치 못하는 반응이다.

진보성향의 경찰 조사를 받은 유경험자들은 "경찰에 연행되거나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본 사람은 지금까지 보여준 청와대와 경찰과 송 부시장의 해명에 앞뒤가 맞지도 않고 터무니없는 거짓말의 연속"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한 SNS 사용자는 "참고인이든 피의자든 조서를 꾸밀 때는 조사 시작 전 주민등록증을 달라고 해 복사한 뒤 신원을 확인하고 조사를 시작하는 사실을 경찰 조사를 받아본 사람들은 다 아는 상식"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