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국민과 소통 차원에서 국민과의 대화를 진행했지만 날카로운 질문도 명쾌한 답변도 없었다.

MBC가 주관방송으로 진행한 이날 프로그램은 지난 5월 취임 2주년을 맞아 KBS 주관으로 진행된 '대통령에게 묻는다'는 대담 프로그램과 크게 비교됐다. 

지난 5월 당시 KBS가 송현정 기자의 단독 대담 형식으로 국민의 심경을 대변하고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물어봤던 것과 크게 대비됐다. 

이와 달리 이날 MBC 국민과의 대화는 팬미팅 같은 지지자들과 환담의 시간으로 전락했다.

시청자들은 꾸밈없고 사전각본 없이 진행한다는 취지와 달리 보는 내내 국민들이 느끼고 처한 현실을 달래줄 속시원한 질문이나 답변을 보지 못한 채 찜찜한 시간이 되고 말았다.

특히 이날은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국민의 먹거리를 잡기 위한 어로활동에 나선 어선이 화재로 침몰해 1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실종된 대형사고가 일어난 날이었다.

이날 방송은 8시부터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국민 패널 300명의 질문을 받는 타운홀(town hall) 방식으로 진행됐다.

패널들은 서로 질문을 하기 위해 수십 명씩 손을 들고 일어서 "저요!" "여기요!"하며 어수선했다.
진행자 배철수가 "여러분 질서를 지켜달라" "한꺼번에 말씀하시면 들리지 않습니다"고 자제를 요청해야 할 정도였다.

질문자 가운데는 정책 질문이 아닌 팬 미팅 발언으로 해 아까운 전파시간을 낭비했다.
'이런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읍소하는가 하면 '대통령께서 늙으신 것 같아 눈물이 난다'는 패널까지 있었다.

팬 미팅을 같은 대화시간을 위해 공중파 3사가 황금시간대를 다 내주며 국민의 채널선택 기회도 사라졌다.  

질문자들은 주요 정책에 대한 핵심적 질문은 찾아볼 수 없었고 시간 안배를 하지 못해 대통령의 답변보다 질문과 읍소가 더 길게 반복되면서 예정된 시간 100분을 15분이나 넘겼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인사 실패에 대해 이날도 미적지근한 사과로 조국 사태에 대해 언급했다.

청문회 이전부터 온갖 의혹과 불공정이 드러나 논란을 일으켰지만 청문회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무시한 채 측근에 대한 집작으로 조국 임명을 강행한데 대한 사과보다는 결과적으로 .... 라는 마지못한 사과였다는 지적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으로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부동산 폭등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권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해서는 비껴가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였다.

패널 질문자들 역시 폭등한 집값에 대해 내려야 하는 지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것인 지 정책목표에 대한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이날 처음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민식이법으로 주목을 받은 김민식 군의 엄마였다. 충남 아산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 어린이 사건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을 일으킨 김 군의 모친은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이뤄주길 대통령께 부탁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아이들의 생명 안전을 위한 여러 가지 법안이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으로 통과되지 못해서 안타까우실 것 같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문제를 거론하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언급할 땐 한숨을 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임명이 뜻한 것과 반대로 됐고 결과적으로 갈등을 낳아 송구하다. 다시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선 양팔을 벌리고 설명하는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개혁 에 대해서도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직자비리수사처설치에 대해서도 설득력과 명분이 없었다. 검찰의 금융과 조세 등 고도의 수사 전문성과 국가범죄와 권력비리에 대한 수사 능력 등을 소멸시키는 거꾸로 가는 검찰멸살과 검찰의 수사 독립성 과 정치적 중립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 얘기했다.

한편 국민과의 대화 참석을 희망한 신청자는 1만6000여 명이 지원해 국민 패널 경쟁률이 53대1에 달했다. 유튜브 등을 통한 시청자도 25만명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