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세계무역기구(WTO), 농업분야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개도국 지위는 한국 농업의 최후 보루로 여겨져왔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2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제 208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하고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말 개도국 지위 박탈을 90일 내에 해결하라고 압박한 시한에 맞춰졌다. 프랑스가 미국계 IT기업에 IT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무역분쟁을 벌이며 미국에 대응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WTO 개도국 특혜 대상 국가의 범위에 관한 국제적인 논의는 최근 WTO 개혁 논의가 시작된 이후에 활발하게 진행되어왔다"며 "우리나라는 1995년 WTO 출범시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은 이후 96년 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에서만 개도국 특혜를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개도국 특혜 이슈가 우리 농업 및 대외 정책 등에서도 중요한 사안으로 대두됨에 따라 정부는 국익을 우선한다는 대원칙 하에 우리의 위상, 대내외 동향, 경제적 영향 등 모든 측면에서 사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고 치밀하게 대비하여 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개도국 지위 포기와 관련 세 가지 요인을 주요하게 고려했다.
홍 부총리는 우리나라의 대외적인 위상, 개도국 특혜 관련 대외 동향,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및 대응 여력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1995년 WTO 출범시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은 이후 96년 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에서만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농업과 기후 분야에서 유지돼온 개도국 특혜가 23년만에 사라지게 돼 농업 분야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뚜렷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개도국 지위 포기를 결정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농민단체와 간담회를 개최했지만 파행됐다. 농민단체대표들은 정부가 미국에서 WTO에 지난 2월 개도국으로 분류되면 안 되는 국가 기준을 4가지로 규정해 WTO에 제출했고, 7월26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 등을 언급했다"며 "이를 감안하면 최소 3개월에서 최대 8개월 동안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정부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다가 포기 결정 발표를 앞두고 간담회를 여는 것에 대해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진행되지 않았고 참석 농민들은 정부가 농업을 버린 것이라는 ‘농업홀대’를 하고 있다며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