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선열들이 잠들어 있는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 난데없이 어린이 물놀이장이 들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용산구(구청장 성장현)와 주민들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청(구청장 성장현)은 지난달 부터 효창공원 내에 어린이 물놀이장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물놀이장에는 튜브에 공기를 넣어 만들어진 인공풀과 워터슬라이드(미끄럼틀) 등이 설치됐다.

효창공원에는 백범(김구 선생)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효창공원에는 독립운동가들의 묘가 조성돼 있다.
김구 선생은 광복 후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의 유해를 모셔와 '삼의사'묘역을 조성하고 안중근 의사의 허묘를 나란히 모셨다.

김 선생은 또 이동녕, 조성환, 차리석 선생의 유해를 모신 임정요인 묘역을 조성했다.

김구 선생이 서거한 뒤에는 김구 선생 묘역을 조성하면서 일대가 선열 묘역이 됐다.

공원 한 켠에는 김구, 이동녕, 조성환, 차리석,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선생 등 7인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사당인 '의열사'가 설치돼 있다.

7인 선열을 기리는 이곳은 후손들이 독립지사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애국애족 정신과 숨쉬는 독립의 역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상시 개방되고 있다.

인근 주민은 "효창공원은 문효세자 등 조선시대 왕가의 묘가 있던 곳"이라며 "일본군이 불법으로 이곳에 주둔하면서 묘가 훼손되고 급기야 일제 말기에는 묘들을 강제로 서삼릉으로 옮기고 이곳의 이름을 효창공원으로 격하시켰다"고 기억했다.

한 관람객은 "선열들이 잠든 이곳의 이름을 일제가 왕실 묘역인 효창원에서 공원인 효창공원으로 격하한 것인데 이를 원상회복하지는 못할 망정 물놀이장을 만들다니 성장현 구청장이 제정신인 지 의심스럽다"며 "호화청사 논란을 빚은 구청 건물을 지을 때 혈세를 막대하게 쳐들이지 말고 그 돈을 절약해 물놀이 시설을 짓는다는 생각은 왜 못하냐"고 혀를 찼다.

본지 확인결과 용산구는 물놀이장을 만들어 운영해온 지 8년 째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원녹지과는 이곳이 구민의 휴식처이자 공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구민들이 도심에서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물놀이장을 여름철에 개설, 운영해왔다.

이 과정에서 공원녹지과는 선열들을 관리하는 문화체육과에 의견을 한차례도 묻지 않고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과 역시 공원녹지과에 단 한차례도 의견을 내거나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3연임한 성장현 구청장은 순국선열과 현대식 어린이물놀이장이 공존하는 어색한 시간을 그동안 방치해왔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해당 국과장은 믈론 하급공무원들까지 안이한 판단과 역사적 지식과 역사의식 부재를 드러내며 창조혁신 대신 타성과 관행에 머물렀다.

효창공원에 물놀이장을 개장, 운영하는 것이 법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효창공원은 선열묘역이 조성된 엄숙한 공간이지만 공원시설로 관리되고 있다. 해당부서가 시민들의 공간으로 이용도를 높이고자 물놀이장을 추진한 것이다.

관련 규정이 일제가 공원으로 격하한 뒤 정비되지 않으면서 선열묘역이 공원으로 구민들의 위락과 여흥을 위한 공간으로도 사용될 수 있도록 한 관료들의 안이한 역사의식과 복지부동의 결과다.

용산구는 뒤늦게 서울시와 국가보훈처 등과 효창공원 성역화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서울시와 보훈처와 협의가 지연되면서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선언적 상태에 그치고 있다.

한편 용산구 문화체육과는 지난 5일 "의열사의 꿈! 자주독립의 성지를 찾아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오는 9월 7, 21, 28, 10월 12, 19, 26, 27일 20명 내외로 참여자를 모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