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서훈 국정원장 한밤 회동 파문, 야당 총선개입 의혹 반발 파장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국가최고정보기관 수장인 서훈 국가정보원장 회동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한 인터넷매체에 두 사람이 비공개 만남을 갖는 장면이 포착, 보도됐기 때문이다.

서훈 국정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양정철 연구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고급 한정식집에서 4시간여 동안 식사 겸 회동을 한 뒤 나오고 있다. <사진 더팩트 제공>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인터넷매체 더팩트가 양정철 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만남을 보도한 이후 야권은 일제히 관권선거 우려를 나타내며 비난했다.

두 사람이 만난 시점이 내년 총선이 일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특히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임기 동안에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총선전략을 짜는 헤드쿼터 수장으로 복귀한 그가 민주연구원장으로 취임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야당은 이를 두고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양 원장은 지인들끼리 한 사적인 식사자리였다며 이를 촬영해 보도한 언론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지만 야당은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더팩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21일(화)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4시간 동안 만났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식당에서 나오자 뒤이어 서훈 국정원장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나눈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장시간 대화가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21일은 양 원장 취임 일주일 되던 날로 오후 6시 20분께부터 10시 45분께까지 4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이와 관련 식당 주인은 "(두 사람이) 좀 늦게 간 건 맞다. 10시 좀 넘어서 갔다"고 KBS는 전했다.

양 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총선 승리를 밝힌 바 있다.

양 원장은 지난 13일 "총선 승리에 꼭 필요한 일종의 병참기지로서 역할을 해서 총선 승리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은 두사람 간 대화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며 총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최측근이란 자리는 국정원장도 쉽게 불러낼 수 있는 최고 권력이었다"며 "벌써부터 민주당은 총선모드에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양 원장은 "비밀 회동을 식당에서 했겠냐", 밥 먹는 걸 미행해 촬영하는 건 '파파라치'라며 격하게 반발했다.

양 원장은 "다른 일행이 있는데 무슨 긴밀하게 얘기가 나올 수 있겠느냐 어요'라며 "일과 이후의 삶까지 이렇게 하는 건 아니죠. 너무 하지 않느냐"며 '적절한 만남'인지에 대해서는 "각자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회동과 관련해 "답변 할 필요성 못 느낀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KBS는 전했다. 

민주당은 지인끼리 식사한 것이 무슨 문제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 조차 총선전략을 짜는 씽크탱크와 국가 최고정보기관 수장이 만난 것은 적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원의 정치관여 금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7월 20일 취임 후 첫 국정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서훈 국정원장과 직원들에게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정권에 충성할 것을 요구하지 않겠다.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 국정원을 정치로 오염시키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정치중립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의혹을 살만한 부적절한 처신으로 두 사람 모두 책임 추궁을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두 사람이 만난 음식점은 1인당 식사비가 8만 8000원이다. 경기침체로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는 가운데 고급 음식점에서 정무직 고위 공무원들이 식사를 한 것도 눈총을 사고 있다. 김영란법 위반 논란도 빚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양 원장은 경기도 수원 집까지 모범택시를 타고 귀가했고 택시비는 식당 주인이 대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