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탈리아 법원이 노동자들에게 석면을 노출시킨 두 공장의 책임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가운데 국제석면감시단체가 수면 위에 떠오른 국내 현대제철 공장의 석면문제를 도마 위에 올렸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에 위치한 국제석면추방사무국(IBAS)의 홈페이지에는 현대제철의 석면사문석 문제에 대한 BANKO(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의 활동을 소개하는 기사가 실렸다.

IBAS는 “한국에서 가장 큰 제철소 중 하나인 현대제철이 상당량의 석면을 함유한 사문석 수천톤을 사용하는 사실이 문제되고 있다”며 “제철공장에서 사문석은 불순물을 제거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때문에 현대제철 공장의 5천여 노동자들의 유해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어 “2009년 한국은 석면의 수입과 사용 및 판매를 전면 금지했지만 석면 오염 광물이 사용되는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죽음의 물질인 석면에 노출되어 심각한 질병에 걸릴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앞서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자체 조사결과를 토대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부원료로 사용중인 사문석에서 백석면과 액티놀라이트 석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돼 있다. 호흡을 통해 석면가루를 마시면 폐암이나 폐증, 늑막이나 흉막에 악성종양을 유발한다. 10~30년의 잠복기를 거친뒤 인체에서 뚫고 나와 치명적인 질병을 불러온다.

센터측에 따르면 현대제출에서 사용하는 사문석에는 최고 5%의 백석면이 검출됐다. 사문석을 공급하는 비봉사문석광산은 당진제철소에 월 5000톤에서 9000톤 가량의 사문석을 공급중이다. 당진제철소에는 약 4500명의 노동자가 고용돼 있다.

센터측은 석면함유 사문석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현대제철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 5일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포스코가 사용한 사문석에 석면이 일정비율 섞였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구체적인 비율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현대제철 측은 그동안 합법적인 채광 허가를 획득한 광산이며 샘플 시료 분석결과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한편 시민단체측은 검찰의 결정에 반발하면서 현대제철측이 발암물질인 석면함유 사문석 사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