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공수처법과 선거제 개편안 등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했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의 반발 속에 회의장을 변경하고 질서유지권까지 발동하는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국회 사개특위는 전체회의를 당초 220호에서 열기로 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봉쇄하자 이상민 사개특위장은 회의장소를 본청 506호로 변경했다.

바뀐 회의장 역시 한국당 의원들이 이 위원장에게 강하게 항의하며 발언을 가로막았다.

한국당 의원들은 "독재 타도, 헌법 수호"라는 구호를 외치며 회의 저지를 시도했다.
이상민 특위장은 결국 질서유지권 카드를 빼들었다.

이상민 국회 사개특위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국회법 제 49조에 따라서 질서유지권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사개특위는 국회 경위들의 보호 속에 무기명 투표를 실시해 5분 만에 회의 참석자 11명이 투표했다.

투표 결과 투표자 전원 찬성으로 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정개특위도 마찬가지였다.
당초 본청 445호실에서 회의를 열려 했으나 한국당의 거센 항의에 회의장을 604호로 바꾸느라 예정시간보다 20분 늦게 열렸다.

한국당 의원들의 반발은 여기서도 벌어졌다.
심상정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은 한국당 의원들과 설전 끝에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어떻게 뒷구멍으로 처리하려 하느냐, 창피하지도 않느냐"고 항의했다.

하지만 심상정 정개특위장은 장 의원과 공방을 벌이면서 회의는 자정을 넘겼다.

정개특위는 표결에 들어가 여야 4당 소속 12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선거제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더라도 여야가 합의해 본회의에 상정하면 된다. 그러나 여야합의가 안돼 법안상정이 안될 경우 최장 330일 지나면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심상정 정개특위장은 "선거제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최장 330일 걸리지만 내년 선거를 감안해 연말 안에 법안 개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패스트트랙안이 지정되기까지 반전의 반전이 이어졌다.

여야 4당이 지난 23일 선거법과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조정을 패스트트랙 합의하고 24일 각당 의원 총회에서 합의안 추인한 지 일주일만에 패스트트랙 지정에 성공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오신환 의원이 공수처법 설치에 반발하면서 하루 만에 반전됐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오신환 의원과 권은희 의원을 연달아 사보임 결정하면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이후 자유한국당이 회의장을 점거하고 봉쇄하면서 여야 4당 의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진 끝에 결국 특위 개최가 불발됐다.

주말을 넘긴 여야 4당은 회의장을 바꿔가면서 007작전을 방불케 한 끝에 긴 싸움의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