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8일 새벽 7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이 이날 미국 회장이 8일(현지시간) 새벽 0시 16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진그룹은 숙환으로 조 회장이 별세했다고 밝혔지만 자세한 병명은 밝히지 않았다.

조 회장의 나이는 70세로 그리 많지 않은 나이다. 조 회장은 그동안 그룹 안팎으로 최근 닥쳐온 시련이 건강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인하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인하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땄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을 국내 최대, 글로벌 5대 항공사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최근에는 대한항공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며 한국 항공산업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1974년 12월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래 오너 일가에서는 드물게 항공·운송사업 외길을 45년 이상 걸어온 전문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외를 통틀어 조 회장 이상의 경력을 지닌 항공·운송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정설처럼 돼 있다.

조 회장은 정비, 자재, 기획, IT, 영업 등 항공업무에 필요한 전 부서들을 두루 거쳤다.

그가 항공산업에 처음 발을 들인 때는 전세계적인 석유위기 때다. 1차 오일쇼크가 한창이던 1974년 대한항공에 처음 발을 들였다.

1978년부터 1980년에도 2차 오일쇼크가 전세계를 엄습하면서 대한항공에도 큰 어려움을 가져왔다. 연료비 부담으로 미국 최대 항공사였던 팬암과 유나이티드항공은 수천명 직원 감원할 정도였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은 1차 오일쇼크를 목격한 경험을 살려 2차 오일쇼크를 슬기롭게 넘어섰다.

선친인 조중훈 창업주와 함께 줄일 수 있는 원가는 줄이되, 시설과 장비 가동률을 높여 불황에 호황을 대비하는 남다른 선택을 했다. 이는 오일쇼크 이후 중동 수요 확보 및 노선 진출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됐다.

1997년 외환 위기 당시에도 자체 소유 항공기의 매각 후 재 임차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대처했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에 보잉737NG(Next Generation) 주력 모델인 보잉737-800 및 보잉737-900 기종 27대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을 줄이는 성과를 얻었다.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취임한 뒤 국내외적으로 그의 역할은 더 커졌다. 2009년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우리나라 최초로 동계올림픽을 치르고 남북화해를 가져오는 간접적 역할을 했다.

조 회장은 세계 항공업계에 폭넓은 인맥과 해박한 실무지식으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스카이팀 등 국제 항공업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룹 관계자는 "항공업계 내 조 회장의 위상이 '항공업계의 UN 회의'라고 불리는 IATA 연차총회가 올해 사상 최초로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하는 동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1999년부터 맡았던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에서 주주 반대로 해임됐지만 그룹내에서 그의 위상은 흔들림이 없었다.

조 회장은 한진과 한진칼 주주총회를 무난히 치러내면서 한진과 한진칼, 대표이사를 맡았고 진에어,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사내이사를 맡아왔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사이에 1남2녀를 뒀다.

장녀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장남은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차녀는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이다.